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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당장 결과물은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안드로메다일 때,
'에잇, 이렇게 살거면 차라리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지을까?'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물론, 농활 몇 번에, 할머니 따라 고랑에 몇 번 나갔다고
농사나 지을까가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참 행복했다.
"자발적 가난"을 택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는 모습들이 참 좋았고,
사람들 간의 인정도 가득 넘쳐나는 것 같아 좋았다.
언제든 휘릭하고 떠날 수 있고,
그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생각해보다보니 역시나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생활..
미국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미국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르다.
지리산, 아니, 귀농의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이 참 부러우면서도 남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다시 나로 돌아와서.
당장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뭐, 가진 것도 별로 없다만)
아이들 다 끌고 산자락으로 들어가 연세(월세가 아니고!) 100만원 미만으로 산다고 할 때
첫 해, 아니 몇 해야 살겠지만 그 이후에 연세는 무슨수로 내나?
아이들 교육이야 아직 어리니까 오히려 시골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뭐, 이후에도 어쩌면..?)
당장 아프기라도 하면, 큰 병원에라도 가보라고 밀어내면 그 땐 어찌해야 하나?
지금은 다 털어버리고 들어간다 치더라도 나중에 목돈 필요할 때,
그런데 나이는 다 들어버리고 돈 나올 곳이라곤 땅밖에 없을 때, 그것도 당장 나오지도 않을 땐,
그런 땐 어떻게 하나..
그래서 결론은,
나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서,
가끔씩 이런 에세이 읽으면서,
혹 연이 닿아 지인이 그리 살고 있으면 놀러가서 가끔 즐기며,
그렇게 사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책 읽으면서 내내 행복하고 즐겁고
마음 한켠에서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p.s. 그래, 나는 세속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