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2011. 2. 28. 12:22

공지영의지리산행복학교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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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당장 결과물은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안드로메다일 때,
'에잇, 이렇게 살거면 차라리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지을까?'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물론, 농활 몇 번에, 할머니 따라 고랑에 몇 번 나갔다고
농사 지을까가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참 행복했다.
"자발적 가난"을 택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는 모습들이 참 좋았고,
사람들 간의 인정도 가득 넘쳐나는 것 같아 좋았다.
언제든 휘릭하고 떠날 수 있고,
그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생각해보다보니 역시나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생활..
미국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미국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르다.
지리산, 아니, 귀농의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이 참 부러우면서도 남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졌다.

다시 나로 돌아와서.
당장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뭐, 가진 것도 별로 없다만)
아이들 다 끌고 산자락으로 들어가 연세(월세가 아니고!) 100만원 미만으로 산다고 할 때
첫 해, 아니 몇 해야 살겠지만 그 이후에 연세는 무슨수로 내나?
아이들 교육이야 아직 어리니까 오히려 시골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뭐, 이후에도 어쩌면..?)
당장 아프기라도 하면, 큰 병원에라도 가보라고 밀어내면 그 땐 어찌해야 하나?
지금은 다 털어버리고 들어간다 치더라도 나중에 목돈 필요할 때,
그런데 나이는 다 들어버리고 돈 나올 곳이라곤 땅밖에 없을 때, 그것도 당장 나오지도 않을 땐,
그런 땐 어떻게 하나..

그래서 결론은,
나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서,
가끔씩 이런 에세이 읽으면서,
혹 연이 닿아 지인이 그리 살고 있으면 놀러가서 가끔 즐기며,
그렇게 사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책 읽으면서 내내 행복하고 즐겁고
마음 한켠에서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p.s. 그래, 나는 세속적인 사람이다.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2. 14. 00:37

나는 공지영씨의 소설을 좋아한다.
90년대 초에 난무했던 소위 386 세대들의 패배주의에 젖은, 내지는 허무주의에 젖은
문학 작품들에 신물을 내긴 했지만, 글쎄.. 공지영씨의 소설도 그러했던가?
아쉽게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작위로 책은 많이 읽었는데, 따로 적어두지 않으면 제목과 내용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달까..


왓쏘에버,
잠깐 한국에 다니러 간 현정언니가 생일선물을 빙자해서 많은 책을 보내줬는데,
거기에 끼어 있던 공지영씨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재미나게 읽었다.
공지영씨의 뒷배경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스토커는 아니고, 그냥 관심있게 보다보면
많이 나오는 스토리 - 이혼 세 번의 배경, 첫 번째 남편이 "논리야 놀자" 시리즈의 작가 등)
나로서는 이 사람이 사실을 소설처럼 쓴 건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 사실을 바탕으로
살을 많이 붙인건지.. 여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참 매력적인(?) 위녕과 엄마로 다가왔다는 거..

애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제 슬슬 사춘기 딸의 감정보다 엄마의 감정이 더 와닿는 나이가 됐다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한동안 내 맘을 쓰라리게 했던 엉뚱한(?) 문구 하나.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어..... 곰탱아, 날 여기서 내보내줘! 제발 날 여기서 내보내줘!"

그것은 우리 부부의 육개월 만의 대화였고, 그리고 마지막 대화였단다. 

-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p 336

내가 특별히 남편과 문제가 있는 것도, 내가 너무너무 지겨워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 맘이 이해가 됐달까?

심지어 연애를 깨고나서도 할 말이 한 뭉태기인데 (그렇다고 누구에게 말하진 못하고),
결혼을 깨고서 얼마나 이런 말들이 하고 싶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재밌게 읽고도 우울한 여운이 길게 남았다는 이야기.

이 책은 위녕의 시선으로 쓰여진 것임에도,
엄마의 시선에 더 몰입하게 되는 나는,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엄마"인갑다.

가끔 철이 없어도 보이지만, 내 자식이라고, 아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내 자식을, 위녕 엄마처럼 대하고 싶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