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11.18 장남의 어린이집 생활 22
  2. 2009.10.13 어린이집이 좋은 이유 18
  3. 2009.09.16 간만에.. 동동브로 이야기 24
  4. 2009.09.10 옥곡동 이선생 15
  5. 2009.09.04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12
동동브로2010. 11. 18. 12:00
"엄마, 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꼬추도 짤라버리고"
(어허.. 아빠 기함하시겠다)

요즘 동휘는 여자가 되고 싶단다.
남자친구들은 장난치고 자기 괴롭혀서 싫은데
여자친구들은 너무 좋단다.
그런데 어린이집 친구들이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친구해야지
남자가 여자 좋아하고 그럼 안된다 했단다.
그래서 자기가 여자가 되고 싶댄다.

넘 웃긴데 웃을 수 없는,
당사자에겐 너무나 슬프고 진지한 이야기.

어떻게 이야기 해주면 될 지 조언해줄 사람 구함.



"엄마, 오늘 선생님이 부채로 나 머리 때렸어요"
"난 안 그랬는데 xxx이 일러서 남자친구들만 다 맞았어요"
"아팠어요!!!!"
"나만 울었어요"
"선생님이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갔어요"
"다른 친구들은 안 아팠대요"
"선생님 참 좋았는데 이제 싫어요"


몇 달 전만해도 부르르 떨며 당장 뛰어갈 사안이다.
왜 애 머리를 때려욧?!!



그런데 일단, 상황 판단을 해보자.

깃털을 가지고 장난을 쳤는데(아마도 부채춤에 쓰이는 그 부채에서 나온)
자기는 장난 안 쳤으나 모 학우가 선생님께 이르는 바람에
남자친구들 모두가 벌을 받은 모냥.

친구들은 안 아프다고 했지만 자기는 꽤나 아팠는 모냥.

울었고, 선생님께 자기는 안 그랬다고 얘기도 했는데
선생님은 그냥 아무 말 없이 가셨댄다.

선생님 좋았는데 자기 때려서 이제 싫단다.
그래도 오늘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므로 어린이집은 가겠단다.
엄마차 타고 갈거냐 물었더니(애 아빠 데려다주는 길에)
자기는 봉고차가 좋고 재밌다고 그거 타고 간댄다.

선생님한테 혼난게 억울해서? 아파서? 챙피해서?
어째서 싫었냐 물으니 아파서 싫었단다.
아파서 싫은거야 아픔이 가시면 사라질 터..

선생님께 전화를 해야할지 그냥 넘어갈지 고민 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애 머리는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_-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9. 10. 13. 03:03
동휘선수, 아침마다 꼭 나오는 말이 "학교가기 싫어"다.
언제쯤 주말에도 학교 가겠다고 징징거리는 내공에 이르게 될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그럼에도 예전과 달라진 점은
"Thomas(뽀로로, 디보, Wood & Buzz, Sully & Mike.. 등 녀석이 걸친 옷, 신발 등의 그림) will protect you"
로 달래서가 아니라 "친구가 동휘 보고 싶어할텐데.."라는 말이면 가방 메고 나가게 된다는거다.

역시 친구가 좋을 나이라서 그런지 친구라는 말에 행동이 휙 바뀌는 녀석을 보고 슬핏 웃음이 났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웹하드에 사진 올려놨다길래 들어가서 본다고 하나하나 다운받고 있다
(죽갔음.. 압축을 해서 올려주셨음 좋았을껄... 거기다 여러 개 파일을 한꺼번에 받으려고 하면 에러가 생긴다. --;;;). 다운 받아가며 사진 들여다보고 있는데 동휘가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렇다! 이제서야 어린이집 사진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와중에도 동휘가 내내 노래 부르던 "김지수"와 "나쁜 형아" 얼굴을 확인하게 됐는데 말이지..
나는 단번에 "나쁜 형아"와 "김지수"를 알아맞췄다.
"나쁜 형아"는 딱 그렇게 생겼고, "김지수"도 딱 그렇게 생겼다(동휘가 좋아하는 스타일).

다른 아이들의 프라이버시가 있는 관계로 함께 볼 수 없음이 참 아쉬울 뿐이다. ㅋㅋㅋ

--
동우 선수는 또 감기에 걸려서 코에서 물이 쉴새없이 나고 거기다 미열이 있길래
또 들춰업고 병원에 다녀왔다.
"좀 뜸했죠, 요즘?"하고 들어서니 어찌나 반갑게들 맞이해주시는지~

역시나 감기.
어제 새벽에 발작적으로 기침을 해댄 동휘도 덩달아 가서 진찰받았고 역시나 또 똑같은 약을 받아왔다.

그래도 이 병원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친절하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친절을 선보이지 않으시고(그 전에 모 병원에 갔다가 소름이 돋아서리.. @.@)
찬찬히 내 얘기 다 들어주고 또 설명도 찬찬히 잘 해 주시기 때문이다.
아울러 간호사 언니들도 친절해서 더 좋다.
친절로 따지면 미국서 다니던 병원과 삐까삐까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듯.


그나저나 flu mist가 한국에도 들어와서(그런데 4만원. @.@) 동휘는 그거로 해주면 되는데
주사로 맞는 flu 백신이 없댄다.
진짜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만 2세 미만의 동우같은데 flu 백신이 동나서 다들 난리인 모냥. -_-
동네 모모 병원에 연락해보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

예방주사라는 거.. 맞출 때마다 긴장되지만 안 맞추면 또 찜찜하다.
동휘는 아직도 BCG를 못 맞췄는데(끊임없이 계속되는 기침감기)
이번에도 의사쌤은 열만 안 나면 맞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좀 더 건강할 때 맞추는게 낫지 않겠냐시며
다음 기회를 외치셨다. 이게 벌써 세 달째란 말이지.. ㅡ.ㅡ

아.. 정말 병원, 지겹다.
애들 둘을 걸리고 업고 다녀왔더니(그래봤자 걸어서 10분. 어른 걸음이면 5분 정도)
밥먹고 동휘 재우다 완전 뻗었다..가 동우가 깨서 젖 먹이고 정신 차려보니 새벽 1시.
수업 준비하고 웹하드에서 사진 다운받고 하니 3시네.

정말 하루하루 잘 간다.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9. 9. 16. 12:10

그간 애들을 등한시한 건 아닌데.. (쿨럭)
그냥 어쩌다보니 귀퉁이에 한 컷 들어가는 수준으로 애들 이야기를 썼다.
사실은 각각의 육아일기장에 열심히 적고 있는 듯.
이런게 다 히스토리 아니겠어?! :)

1. 엄마, 미국에도 어린이집 있어?

아침에 뜬금없이 동휘선수가 질문했다.

엄마: 있지. 미국엔 데이케어, 프리스쿨 등이 있어.
동휘: 엄마, 도위 프리스쿨 가고 싶다.
엄마: 왜? 어린이집은 싫어?
동휘: 도위는 영어를 잘하잖아. 그래서 미국에 있는 프리스쿨 가고 싶어.
엄마: (췟!) 방금 그거 영어로 해봐.
동휘: (무시하고 노래부르기 시작)

미국에 가고 싶다, 비행기 타고 잉글리쉬 집에 가고 싶다, 홀리 할머니네 가고 싶다를 넘어
이젠 프리스쿨에 가고 싶다고라? -_-
어떤 집 아이는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땐 학교 가는게 무섭다고 하더니 한국와서는 그런 말 한마디 없었다는데
동휘는 오히려 어린이집이 무섭단다.
문득, 혹시 녀석이 스스로를 백인(예전에 살던 우리 동네엔 백인이 주류였다)으로 생각하고
여기서 자기가 이방인이라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슬쩍 들었다.
그래도 뭘 어쩌겠는가?


2. 동휘어머님, 동휘 영어에 신경 좀 쓰시지요.

금요일엔 일이 없는 비비디, 금요일에만 동휘를 정규반에 보내기로 결심하고(다른 날엔 종일반. ㅠㅠ)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다.
원장선생님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흔쾌히 오케이를 하시더니 이런저런 이야기.
원장쌤: 혹시.. 동휘가 무슨 말 안하던가요?
동휘맘: 글쎄요? 무슨 일 있나요?
원장쌤: (하하) 사실은 제가 동휘를 상대로 영어회화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동휘맘: 하하.. 그러세요? 동휘가 뭐 말이나 되게 하던가요?
원장쌤: 아유, 너무 잘해요. 그런데 엄마랑 집에서 영어로 하냐고 했더니 엄마는 한국말만 쓴다고 하더라구요.
동휘맘: (아.. 흡..) 아, 네..
원장쌤: 영어 너무 잘하는데 다 잊으면 아깝잖아요. 집에서도 꾸준히 영어로 말해주세요.
동휘맘: 아, 네..

그러고나서 관찰해보니, 예전엔 영어로 말하다가 막히면 어떻게든 영어로 문장을 이어갔는데
요즘은 영어로 말하다 막히면 바로 한국말로 한다.
이러다 잊혀지는거겠지?
에구.. 어렵네.
이럼서 남의 집 애들은 잘도 가르친다고 하겠다. -_-


3. 잠이 모자라

동우 총각은 요즘 밤에 11시, 12시, 1시, 2시.. 이렇게 끊임없이 깨서 먹어주시고
6시 쯤 일어나 놀자고 팡팡거리고 있고(대체로 응가를.. -_-),
그러다 오전 10시 30분쯤에 잠들어 12시 정도까지 자고,
2시부터 5시까진 자다 말다를 반복(자려고 하면 애들이 들이닥쳐 깨는 듯 함. 민감한 녀석.. -_-),
오후에 8시 무렵부터 졸려하다가 9시 30분 전에는 잠이 든다.

덕분에 늙은 어미, 너무나 힘들구나. -_-
좀 울릴까 하다가도 이웃들 귀가 무서워, 동휘가 제대로 못 잘까봐 못 울리고 있다.
행복한 줄 알아라, 짜슥아. -_-


4. 맘~마

확실히 "맘마"는 제대로 뜻도 알고 말도 하는 것 같다.
오늘 새벽엔.. 너무 안자서 꾸벅꾸벅 졸며 급기야 안고 돌아댕기는데
녀석이 나를 쳐다보며 "맘~마"하는거다.
뭐시? "동우야, 맘마?" 했더니 또 "맘~마!"
그래서 먹였더니 너무 잘 먹곤 잠들었다.
두번 째 키우는데 왜 이리 미숙한게야?

낮잠 재우면 보통 문을 닫아놓는데 어제는 갑자기 뭐가 탁탁 소리가 나는거라.
문을 살짝 열어보니까 문 바로 앞에서 손으로 바닥을 탁탁 치더니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더군. 아~
잠에서 깨어난 건 슬프지만(?) 웃는 바람에 너무나 행복해졌다.

현재 동우선수는 1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자랑하며,
지 형아가 12개월~18개월(심지어는 24개월. ㅠㅠ)에 입던 옷들을 주어입고 있다.
푸하하하~~~


뽀나수~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9. 9. 10. 01:27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역삼동 이선생"을 모처에 연재한 적이 있다
(놀라지 마시라. 내 홈피의 일부였다. 끄하하~).
열혈 애독자들이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쉽게도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록 연재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다시금 옥곡동 "이선생"이 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에 1시간씩 두 팀(그러니까 총 2시간)을 가르치고 있는데
영어로만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형들의 요청에 애들이 알아듣던 말던 줄창 떠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보다 더 영어를 많이 쓰고 있는, 기묘한 한국생활이 되시겠다
(재밌는건, 남편 역시 미국에서보다 여기서 영어를 더 많이 쓰고 있단다. 오홀~).

내가 가르치는 애들은 참 귀엽고 말도 잘 듣고 열성적인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다.
3학년 아이들은 지난 2년 반 동안(대부분) 영어학원에  꾸준히 다녀서인지
꽤나 높은 수준(그러니까.. 에.. 나으~ 중 2 or 중 3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거이 대한민국 평균보다 좀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뷁!이다).
첫날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더니 벌써 대충 다 알아듣는 분위기.

그러나 버뜨, 1학년 아이들은 좀 난감하다.
개중 어떤 아이들은 100%는 아니더라도 나으~ 영어를 대충 알아듣는 반면,
20%도 못 알아듣는 아이도 있는 듯 하고,
무엇보다 내가 한국말에 능통하다는 것을 눈치챈 여우같은 아그들이(????)
영어로를 말하기 시도를 안하려고 하니 이를 어쩌나..
(외국인 선생에게 배울 땐 도대체 우찌했노?)

뭐, 다 좋다 이거다. 시간이 해결해줄터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한 달만 하고 그만 둘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리
내가 경산에 머무는 한 아마도 계속 가르치지 싶으니 말이다(애들이 날 떠나지 않는 한).

문제는.. 나는 칭찬이라고 잔뜩 해줬는데, 당사자는 울상일 때가 있다는 것.
눈치를 봄직하니까니.. 그게 칭찬인 줄 모르고 칭찬받을 짓을 했는데 왜 안 해줄까 싶어
서운하고 속상한거다. -_-
아.. 이럴 땐 정말 나도 한국어로 막 떠들고 싶다..규!

여튼, 옥곡동 이선생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영어시간은 계속 진행 중.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쏙쏙 들어오게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수업 준비가 좀 버겁다.
사실 책대로만 하려면 쉽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 믿고 온 애들인데 어찌 그리 해줄 수 있겠나..
아, 나는 너무 훌륭해~

--

언제 또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동휘선수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듯 하다.
어제 디보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더니 오후에 우쭐해서 버스에서 내리더군.
친구도 생긴 듯 하고, 무엇보다 맨날 동휘를 괴롭히던 "나쁜 형아"가 화살을 다른 애들에게도 돌림으로써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는 듯 하다.
거기다 악의가 있어서 동휘를 때린 것이 아닌 것 같은게.. 동휘선수 왈, "나쁜 형아랑은 약간 친구야"
약.간. 음.. 어렵구나, 아가.

지난 금요일 이후, 주말 내내 거의 멎었던 기침이 월요일에 다시 학교에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병원에 또 가봐야 하는걸까? 아..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거, 넘 맘에 걸린다.
한국에 오면서부터 가래가 끓는지 켁켁댔는데..

--

동우선수의 만행이 최고조에 달하더니 다시 제정신을 찾는 듯 하다.
그간 코감기와 열감기로 인해 잘 먹지도 않고(젖이 퉁퉁 불어 손으로 대충 짰더니 3.5 oz가 나왔다.
이것도 다 짠게 아니었다구)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나랑 동휘아빠도 덩달아 잠을 설쳤다
(오른쪽 눈의 실핏줄 터져서 완전 깡패같다, 나).
그래도 어제 밤에는 9시 무렵부터 잠들어 12시에 한 번 깨서 젖먹고 아침 6시 30분까지 자줬으니
오늘도 그런다면 우리 동우를 다시 찾았다 생각하면 되겠다.

--

미국에서 뱃짐이 도착했다.
보낸대로 다 왔는데, 일단 부엌짐 2박스만 풀었다(에게, 겨우?! 헤헤).
남들은 그릇 하나 싸는데도 버블을 둘둘 말아서 테잎을 잔뜩 붙여서 보냈다는데
사실 나는 종이로 한 번 싸고 그걸 자그마한 박스에 넣으며 빈 공간에 양말이나 속옷,
아기 옷들 중 버려도 그만인 옷들로 채운 후 그걸 다시 큰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으며
빈 공간에 옷을 집어넣는 식으로 넣었다.
결과는 한 개의 깨짐도 없이 모조리 잘 도착! :)
어릴 때 어깨 넘어로 엄마 짐 싸는걸 오죽 많이 봤어야 말이지~ 호호호~

이제 약 30 박스 남았다.
이건.. 어느 세월에????

여튼.. 미국서 쓰던 짐들이 도착하고 나니 이제 정말 미국과는 안녕이구나라는 생각에
아주 잠시나마 우울해졌다.
그래도 내 짐을 받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동휘는 부엌짐에서 꺼낸 자신의 소유물(디에고 식탁매트, 컵 등)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많이 많이 보고싶었어"라고 해서 또 내 맘을 찡하게 했다.
장난감 박스 풀면 난리 나겠군.
보관함이 없어서 당분간 그냥 쌓아놔야 할 것 같은데 어쩌지.. 쩝.


뭐.. 대충 이러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9. 9. 4. 13:15
이러저러한 곳에서 이러저러한 글들을 읽다보면
"내" 아이라고 무조건 다 믿어주지도 말고
내 "아이"라고 무조건 다 아니라고 흘려듣지도 말라고 한다.

동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
매일매일 집에 오면 동휘에게 묻는다.

"친구들하고 잘 놀았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뭐하고 놀았어?" "밥이랑 반찬도 잘 먹었어?"
"재미있었어?"

동휘의 대답은..
"형아가 때렸어" "친구가 "새로온 친구 때리면 안돼"라고 해줬어"
"안 울었어" "울었어" "선생님이 brother 아니고 친구래"
"친구가 또 때렸어" "큰 친구가 또 때렸어"
"그래서 도위가 가방을 밀었어" "친구가 재밌대"
"선생님이 밥을 버렸어" "친구 밥도 버렸어"
"도위가 더 먹는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안돼!"그랬어"
"밥만 먹었어" "매운 거 싫어" "밥 많이 안 먹어서 배고파"
"학교 가기 싫어" "엄마 보고 싶어"

종합하자면,
동휘를 지속적으로 때리는 덩치 큰 놈이 있는 것 같으며,
주로 맨밥을 먹는데 그나마 시간이 되면 싹 치워주는 것 같고,
이제 학교엔 별 흥미가 없고 엄마랑 함께 있고 싶으며,
집에 왠지 뭔가 더 신나는게 많은 것 같은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

친구는 어린이집 급습해서 잘 지내고 있는지 봐야 한다는데
난 괜히 갔다가 동휘한테 들켜서 오겠다고 난리난리할까봐 그것도 걱정이고
때리는 애한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매번 맞고 있을수도 없고, 이러다 덩치 좀 커지면 맞는 거 배워서 또 다른 애 때릴까봐도 걱정이고.

어젠 오후에 수업 마치고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이 그 전날 애들 낮잠 잘 때 혼자 앉아서 "엄마 보고 싶어"라며 대성통곡을 했단다. ㅠㅠ
동휘는 전혀 울었다고 안 했던 날인데.. ㅡ.ㅡ
밥은 김치가 나오면 "매운 거 못 먹어요"라면서 아예 반찬을 안 먹으려고 한단다.
그래서 그럼 김치가 나오는 날은 좀 안 매운 반찬 좀 싸서 보낼까냐고 여쭸더니
그러실 필요까진 없다고.. 사실 매일 김치가 나온댄다.
이러다가 슬슬 먹기 시작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집에서 물김치라도 먹이거나 김치를 씻겨 먹이기 시작해볼까냐니
그럼 김치를 씻겨서 한 번 먹여보겠다 하신다.

분명 힘드실거다. -_-

나는 일단 기관에 맡겼으면 선생님을 100%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이에게도 혼선이 없을 것 같다(아주 괴팍하고 이상한 선생만 아니라면).
그런데 남편도, 시어머니도, 친구도.. 자주 들여다보고 동휘 때리는 애는 좀 혼도 내고(울 시엄니) 해야한다고..

쩝. 어렵네.

오늘 아침에도 "엄마 보고싶어" "도위 학교가기 싫어"라며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꼭 매달려 있는걸
버스에 탄 선생님이 떼어서 데리고 타셨는데
(이 어린이집이 마음에 안 드는건 버스가 너무 휭 출발해버리는거다. 애랑 손흔들 시간도 안 주니, 원..
거기다 버스 창에 썬팅이 진하게 돼서 속이 잘 안 보인다. 그런데도 내 자식의 얼어있는 표정이나
우울한 표정은 그대로 내 가슴에 와 박히니.. 차라리 썬팅이 돼 있는게 나은건가?)
그래서 영 맘이 안 좋다.
특히 금요일인 오후는 하루종일 나랑 동우만 집에 있는 날인데..
그냥 금요일은 학교 안 보내고 집에 같이 있으면 안될까 싶다가도
괜히 적응하는데 시간만 더 오래 걸리는건 아닐까 싶어서 그냥 보냈다.

원장 선생님 말씀이, 동휘처럼 늦게서야 이런 반응(학교 가기 싫다, 엄마 보고싶다)이 나타나는 아이들이
오래까지 가슴앓이를 한다는데.. 그래도 이런게 사회생활이니 어쩌겠는가..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네가 가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불러서 학교에 간거잖아"라고 신경질까지 냈다.
동휘는 엄마랑 학교에 같이 가서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노는게 좋겠지..? 풋.

여튼, 우리 동휘는 그렇게 아프게 성장하고 있는 중.

--
동우도 엊그제부터 콧물이 질질나서 병원에 갔더니 sudafed를 처방해주더군. -_-
(미국에서는 만 2세 전 아이들에게 감기약은 별 효과도 없고 용량 이상 섭취하면 안 좋다고
감기약을 먹이지 않을 것을 권유한다. 단, 열날 때 해열제 빼고)

약 먹이는게 너무 힘들다.
이유식은 신나서 받아먹는 녀석, 약은 울면서 뱉어낸다.
(반면 동휘는 약 먹고 먹는 뿡뿡이 비타민에 맛들려서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잘 받아먹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안 먹였다.
콧물도 점성이 생겼고(하얀 찐득한 콧물. 어제까지는 수돗물 흐르듯 흘러내렸다),
열도 없고, 기침도 별로 없어서.

감기 때문에 이틀 밤을 거의 잠을 못자더니 어제는 그래도 좀 자줬다.
덕분에 나도 9시부터 뻗어서 아침까지 잘 자고..

--
한국에 오니 동휘는 1개월 째 기침 중이고(의사가 기침이 너무 기니까 이번 주에도 약 먹고 차도가 없으면
싱귤레어인지??? 알러지로 인한 기침에 듣는 약을 써보잖다.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한데 쎈 약인가부다),
용케 동휘의 감기 바이러스를 피해있다 했더니 동우 선수도 감기로 고생 중이다.

그나마 경산은 공기가 좋은 편인데도 이러니.. 쩝.

워째 내 나라에서 적응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
하긴.. 난 내 나라에서 애를 낳아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쩝.


p.s. 아직도 변압기가 없어서 사진도 못 찍고 올리지도 못한다. 이번 주 안에 어떻게 해결되지 않을까? 홍홍~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