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21 기억 - 무서웠던 친구 22
  2. 2011.02.25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오다 16
생각거리2011. 3. 21. 23:34

큰애가 어제 밤에 xx라는 친구가 무서워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그 친구는 유치원 가는 첫날, 유치원 가는 버스 안에서 큰애 눈을 때렸다는 아이다.
담임 선생님이 보신 것도 아니고, 내가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세 명이 쪼르르 앉았는데 그 친구가 큰애 옆에 앉았고,
큰애가 옆구리를 긁는데 그 친구는 자기를 때렸단 생각하고 주먹을 날렸다는 것.
선생님 입장에서는 얘 말도 듣고 큰애 말도 듣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 울었다가 전부였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후로
"엄마, xx가 나한테 "까불지 마라"켔어요",
"엄마, 나는 그냥 내 신발 보고 있었는데 xx가 "쳐다보지 마라"켔어요"
"엄마, xx가 자꾸 나한테 하지 말라케요"
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큰애 뿐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도 많이 괴롭히는 것 같았다.
버스 탈 때도(마침 같은 장소에서 버스탄다) 어른들 통제에 따르지도 않고(애 엄마는 애가 차로에 뛰어들거나 말거나..)
줄 서 있는 것도 무시하고 막 밀치고 먼저 가고.. 아, 난 줄 서는거, 이런거 잘 안 하는 사람들 보면 스트레스 넘 받어.. -_-

왓쏘에버, "무섭다"라고 한다, 7살 아이가.
순간 마음에서 뭔가가 욱 하면서 첫 대응을 내가 너무 안일하게 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와
녀석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을 다 할까 안쓰럽다가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


제도교육을 시작한 날. 빨간 원 안이 나.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지만.. 사실 학교 다니는거 그리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가야하니까 가는거였지 뭐.. 쩝.



그녀(처음엔 실명을 썼다만 확 트인 인터넷 세상이라 "그녀"라 지칭하기로 한다)를 처음 만난 건 4학년 때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데 마침 걔네 엄마가 우리 엄마 고등학교 후배라나 뭐라나..
양쪽 엄마들이 잘 지내라고 하셨더랬지.
6학년 때와 중 2 때 같은 반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 아이가 처음부터 무서웠다.
덩치가 나보다 훨씬 더 큰 것도 아니고, 맞은 적도 없는데.. 뭐랄까.. 기에 눌렸다고나 할까?
그 친구가 내게 하는 말들이 무서웠고,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따지면 말문이 딱 막혀버렸다.
결국 비굴하게 들러붙어 딸랑거리는걸로 살 길을 찾았다만 그러면서도 마음이 내내 불편하고 무서웠다.
오죽하면 아빠 외국으로 발령나셨을 때 그 친구랑 멀리멀리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된 것이 제일 기뻤을 정도.

5학년 때인가, 4학년 때 인가.. 동생이 사고로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큰 수술도 두 번이나 받아야 했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자기가 미래를 볼 수 있는데 내 얼굴을 보니까 내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칠거라나?
지금 생각하면 참 택도 없는 얘기에 바로 콧방귀 흥 끼어주며 "닥쳐!" 할 사안인데 당시엔 그 앞에서 무섭다며 엉엉 울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커튼이 내려져 살짝 어두운 그녀의 방안이.

책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읽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오마니 땜시롱
도서관, 그녀네 집 등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그녀의 아빠는 책 읽고 리스트 작성하고 독후감 쓰는 걸 꼼꼼히 체크하시는 분이었다.
그 분 눈에는 "해라해라"해야 겨우 하는 당신 자식과 항상 집에 와 책을 잔뜩 빌려가 읽는 내가 비교가 되셨을터.
하루는 책 빌려가는 날 두고 그녀에게 "세정이 좀 보고 배워라" 류의 잔소리를 하셨는데
그녀가 나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그 큰 눈을 희번덕거리며 "너 때문에 나 혼났잖아! 이제 우리집에서 책 빌려가지마!"
라고 소리소리를 질러댔다.
역시나 지금같으면 "나쁜x, 책 가지고 유세 떨긴.."하고 콧방귀 흥! 뀌거나 혀라도 날름 거렸을텐데
그 때는 그게 너무 무서워서 이후론 그 집에서 책을 빌리지 않았다.

그녀가 유독 좋아했던 듀란듀란.. 사실 나는 그 아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싫어했고 그래서 팝송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외국에 다녀오고, 귀국 후 우연찮게 연이 닿아 그녀의 집에 놀러갔는데 온갖 비아냥을 늘어놓더니
아뿔싸.. 내가 목표로 하고 있던 대학, 과와 같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말에 깨끗하게 그 학교 포기했다.
이 때는 무서웠다기보다는.. 그냥 다시는 엮이기 싫었달까..

그리고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졸업하고.. 우연히 i라는 사이트에서 만나 동창회 때 보게 되었다.
처음 딱 드는 느낌이 '내가 왜 저런 애를 무서워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전화를 해 모모 금융 상품에 가입해달라는 부탁에 한마디로 딱 거절하는 걸로
소심한 복수를 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지금은 무서운 건 아닌데..
역시나 별로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동창들의 나에 대한 평가, 예를 들어 "조용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라던가
노래방에 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내 모습을 보고 "6학년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라는 평가를 듣고서
어쩌면 내가 참 많이 변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고 조용하고 차분했던 어린 시절에서
사춘기(라고 특별히 반항을 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를 거치며 싸납고, 독하고, 활달한 나로 바뀐.. 그런?

그러니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몇 해던가...

그래서 나는 친구가 무섭다는 내 아이가 한없이 안타깝고 가엽고 슬프고
그럼에도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일인데 그걸 어찌 해주나...
남편은 너무 화나고 답답해서 인터넷을 좀 뒤져봤다는데
부모가 너무 엄하거나 윽박을 지르며 키운 아이들이 이런 성향을 보일 수 있다는 말만이
계속 마음에 남아 더없이 미안하다.

다행히(?) 오늘은 다른 친구들과 싸워서("엄마, 나 이제 ooo, mmm이랑은 다시는 친구 안해!"라니..
이런건 당신들이 이야기 하던 "기집애들이나 하는 짓"아니었던가?! 얜 남자앤데.. 쩝) xx 이야기를 안했다.
덕분에 잔뜩 벼르고 있던 나와 남편은 살짝 김이 새기도..? ㅎㅎ

나 어릴 때, 이런 나 때문에 참 속상해하던 엄마가 떠오르는데
막상 엄마가 된 나는 이런 경우에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 지 잘 모르겠다.
ㅎ 언니가 일러준 "나쁜 짓 하지 마"를 연습시켜봤는데 건성건성.

그래도 우리 부부는 "때리고 다니는 아이 부모보단 그래도 맞고 다니는 아이 부모가 낫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p.s. 아무리 그래도 "쟤가 때리면 너도 때려"라곤 못 가르치겠는데 인터넷 상에서 보면
엄마들은 "내 아이만 생각하세요" "쟤가 때리면 너도 때려라고 가르치세요"라고 반응하고
전문가들은 당하는 아이가 직접 "나는 네가 이런 짓을/말을 하는게 싫어"라고 말하게끔 가르치라고 한단다.
참 좋은 우리나라, 가끔 개판인 경우를 보는데.. 원인없는 결과 없다니깐.. -_-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1. 2. 25. 01:38

나는 유치원을 나오지 못했다.
 
내 동생들은, 둘째는 당시 서울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고
막내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는데
나는..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에 힘들게 당첨됐는데
이사하는 바람에 말짱 꽝.
무리해 이사하시는 바람에 돈이 없어 유치원에 못 갔다는 짠내나는 이야기를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다.
우리 남편도 그 도시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큰애 유치원, 이 도시에서 제일 좋다는 유치원 중 하나(라고 믿어보자) 보낸다.
엄마의 설움(???) 더하기 아빠의 전통.. 해서. ㅋㅋㅋ

사실 귀국하면서 유치원은 염두에 두지 못했었다.
너무나 비쌀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물론 유치원 비싸다.
하지만 그건 맞벌이 부부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이고
내지는 놀이학교나 영어 유치원 등등 보낼 때나 통하는 이야기고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더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_-
진작 알았으면 애초에 5살은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고
6세부터 유치원 보낼 걸 그랬다라는 후회가 들지만
뭐,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 있길 하겠어 어쩌겠어..
뭐든 완벽히 좋은 것도, 완벽히 나쁜 것도 없다고 믿는다.

아, 또 사설이 길어..

오리엔테이션에 갔다.
시간이 오후에, 그것도 수업있는 시간에 잡혀서
억지로 시간 조정해서 낮잠자는 둘째까지 깨워가며 갔는데
세상세상.. 유치원 및 프로그램 소개만 2시간이나.. ㅠㅠ
특히, 5세, 6세, 7세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개나 영어수업 소개는
차라리 그냥 교실에서 반별 내지는 연령별로 하는게 낫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

그 긴 시간동안 동휘는 친구들과 나가서 놀았으나
우리 둘째는 엄마 옆에서 참 잘도 버텨줬다.
울지도 않고, 짜증도 안내고, 중간 중간 밥도 먹어가며..
이러니 내가 안 반해? ㅋㅋ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고, 교실에도 들어가보고,
같은 반 아이들 엄마들도 좀 보고..
무엇보다 병설이 아니고 사립 유치원이라, 그것도 우리 동네가 아니라
나중에 학교 들어가서 좀 낯설지 않을까 했는데
(뭐, 병설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사립 유치원 출신들은 다 마찬가지겠으나)
다행히 동네 별로 반편성을 해서 유치원 수업 끝나고도 같이 놀 수 있겠다 싶다.

수업시간도 참 좋은게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반별로 1코스와 2코스로 나뉘는데 1코스 시간이 그렇고 2코스는 10시부터 3시).
애  끝나는 시간이 내 수업시간이랑 맞물려 종일반을 시키기도 하고
학원을 보내기도 했는데 아예 일찍 끝나버리니 너무 좋다
(이참에 시간 떼우기용으로 보낸 미술학원을 그만 보낼까 했는데
동휘가 미술학원 다니는 거 좋다고 하는 바람에, 거기다 다닌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돼서 그냥 보내야 할 듯 하다).
버스는 단지 정문에서 8시 38분에 타니 유치원까지 버스 이동시간도 길지 않고.
여러가지로, 이전 어린이집들과 비교해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웅성웅성 붕 뜬 분위기에서 너무 길게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자체가 좀 불만이긴 했지만
그 긴긴 시간 끝나고 나와보니 아이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삽으로 땅을 파내며 신나서 놀고 있었다.
그래서 옷도 다 버리고 신발도 다 버렸지만,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유치원을 좋아하는 것 같아(다음에 또 가서 땅 파야 한다고.. ㅡ.ㅡ) 마음이 놓인다.

둘째는 그냥 집에 데리고 있다가 5세부터 유치원 보낼까 하는 생각도 살포시 해본다.


아마도 이 때 쯤이 유치원 갈 나이였을 것 같은데 (동생이 이 정도 어린 걸 보니..)
봐라, 봐라, 동휘야.. 엄마는 너만할 때 동생 이렇게 안아주고 봐줬다. --++++



p.s. 나는 원에서 공부 많이 시키는거 바라지 않는다. 
유치원까지는 맘껏 뛰놀게 하는걸 오히려 바란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안 시키고 놀리는 곳은 찾기 힘들다.
억지로 그러기도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가르치려면 좀 제대로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애 한글교육 담당하면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메모에 철자가 틀린다거나,
아이들 나이에는 좀 버거울 수 있는 수학을 자연스럽게 대입했는데
거기서 오류를 발견하게끔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나의 바램이 너무 큰 바램은 아니길 바란다.
아, 이건 특정 원이나 선생님을 겨냥하는건 아니란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