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와이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12.07 부탁하는 사람들의 심리 12
  2. 2007.11.09 미장원 차릴까? 24
  3. 2007.09.26 2007년 한가위 8
  4. 2007.09.04 도시락을 싸다 7
생각거리2007. 12. 7. 21:04
나는, 남에게 부탁을 잘 못 하는 편이다 (미안, 가족들).
아쉬운 소리 하느니 그냥 내가 좀 불편하고 말자는 주의.
그런데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체로 누구에게나 쉽게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면, 그건 ""이다.
빚을 지고 사는 게, 정녕 좋은걸까?

내가 "YES"라고 한다고 해서 그게 100% YES의 의미가 아닌데,
그 문맥이 이해가 잘 안되나부다.
뭐.. 어쩌겠는가..
일단 내 입에서는 "YES"가 나갔는데.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나보다 더 흥분하셔서는..

그래도 울 엄마밖에 없어.
그래도 내 동생밖에 없어.

인정머리에 이끌려, 측은지심에 이끌려
"YES"라고 말한 덕분에 바보가 된 기분이다.
남편한테 젤루 미안하다.

오라는 동생들은 안 오고.. 엥이!!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7. 11. 9. 13:50

어릴 때 아빠한테 갖은 구박을 받으며 가위를 잡았던 엄마를 보며
나는 저리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외국나라에 사는 여느 아낙네와 다를 것 없이
나 역시도 가위를 손에 들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던가..

바가지 머리, 쥐가 파먹은 머리 등
차마 밖으로 나돌아다닐 수 없게 만드는 작품 세계를 보여줬던 나.

허나, 이번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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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바로 몇 일 전까지 남편이 고수했던 헤어스타일.
"고수했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선택권이 없었던..
(미장원 가려고 국경 넘을깝쇼?! 거기다 요즘은 US $: CANADA $=1:1.6이다. @.@)

먼저 앞머리를 자기가 알아서 원하는 길이대로 조심스럽게 잘라내더군.
그 다음에 옆선도 알아서 정리.
그리고는 나에게 가위 및 미용도구를 전달하며
안절부절하는 눈짓을..

그리고 약 20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품 세계에 몰입한 결과,
이런 모습을 얻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fter


귀엽지 아니한가?!!
(특히 저 옆콧날을 보라쥐.. 아무리 내 남편이라지만 정말 멋지다)

자기 전까지 자신의 뉴 헤어스타일에 흠뻑 빠져
거울을 들여다보며 흡족해 했던 당신.
미용사로서의 아내에게는 너무나 냉정하고 싸늘했던 평가마저
훈기가 온 집안을 감돌게끔 했으니~~

--

허나 아침이 되었을 때 거울을 보던 남편의 외마디 비명소리!
"앗!! 붐붐이잖아!!"

붐붐?

새 세대 청춘들을 위해 "붐붐"에 대해 설명을 좀 하자면
(사실 나도 몰라 네이뇬을 참조했음)
일전에 나미라는 가수의 백댄서들로,
그 중 하나는 나중에 "철이와 미애"의 "철이"인 신철씨랜다.

뭐.. 떠돌아 다니는 사진을 좀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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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붐머리.. 우측상단에 따로 뽑은 헤어스탈 되시겠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쿨럭..

나, 미용실 차릴까??!!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7. 9. 26. 12:10
한국에서야 큰 명절이지만, 여기서는 그저 Full Moon Day일 뿐인 오늘.
나름 추석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짧은 영어로나마 추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의미를 나눠보고 (well.. 음식을 나눴다는게 맞겠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안타깝게도, 먹는데 바빠 사진은 없다. ;P
지나고보니.. 남편에게는 그 많은 음식 중 어느 한가지 입에 못 넣어주었군.
미안, 자기.



저녁에 잠을 잘 못자는 (아마도 나머지 어금니가 나고 있나부다. 손가락을 줄줄 빨지 않나..)
동휘를 위해 밖에 나갔더니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떠 있었다.

"달님, 아뇽~"을 외쳐대며 달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
나는 짧게나마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하늘엔 구름한 점 없었고, 그래서 달빛은 총명하기까지 했다.
.
.
.
만,
지금 천둥번개치고 난리. @.@

이누므 버팔로 날씨는 정말 "며느리도 몰라" 날씨다.
중요한 건, 일기예보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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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의 어느 날/photo by 동휘아범



여튼, 천둥번개와 함께, 열나게 일하며 막판 한가위를 보내고 있다.
명절은 역시 북적북적해야 제맛.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7. 9. 4. 23:12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학생 와이프라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고 (2개까지 싸는 사람도 봤음),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먹을 수 있도록 풍성한 음식을 대기해놓고,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가끔 시간이 나면 인터넷을 하고,
또 시간이 나면 티제이나 마샬에서 샤핑 좀 해주고 (아이샤핑일망정),
블라블라..


하지만, 같은 유학생 와이프인 나는,
어쩌다 나가는 학교, 일어나보면 남편은 벌써 학교에 갔고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남편이 집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밥하느라 바쁘고,
청소는 남편의 일이라며 손 놓고 있고,
대체로 인터넷을 하고 있고 (뭐.. 일할 때도 있다),
남편이 학교에 가면 차가 없기 때문에 AND 샤핑을 별로 안 좋아하므로
티제이나 마샬엔 한두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하고,
블라블라..

정말 불량 유학생 와이프구나..

그래서 다짐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뭐.. 남은 학기가 별로 없다눈..) 도시락을 정성껏 싸주리라.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영감..
"그냥 밥이나 잘 챙겨줘"
"도시락은 네가 무슨.."

--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사실 지난 주 내내 일한다고 새벽 늦게 잠들어 아침에 아이 땜에 일찍 일어났더니
정신이 내내 몽롱하여 저녁에 아이랑 같이 잠 들었다)
영감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마침 밥도 어제 밤에 해 놓은 거 있겠다 (매 끼니 새 밥을 지어주진 못하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쌌다.

반찬은 피클 (그로서리 마켓에서 구입), 비엔나 소시지 (역시.. --;;), 시금치 무침,
그리고 내가 나름 잘 하는, 몇 안되는 계란말이.
예쁘게 정돈하니 대략 풍성해보이고 색깔까지 자동적으로 맞춰졌단 말이지.

흐뭇한 마음으로 도시락 들려 보냈다.
정신이 없긴 없어 사진도 못 찍었으니, 아.. 증거물이 없네.
뭐, 여튼 어제완 다른 오늘인 기념으로 글 남겨본다.

세상에서 밥하는게 (반찬도 포함이다. 밥하는게 밥만 하는게 아니잖아!!)
제일 싫은 비비디로서는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일이나 가느냐.. 그게 문제쥥.

도시락통이랑 가방부터 멋드러지게 사고 싶은 이 기분은.. 뭐지?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