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2010. 10. 13. 10:16
일전에 내가 아끼는(ㅋㅋ) 이웃 블로거께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트랙백 참조).
그 때는 아주 가비압게 "가랑"을 꼽았으나, 회가 거듭될수록, 책을 여러번 다시 읽어볼수록
(남편은 말한다. "아주 다 외워라, 외워!" ㅡ.ㅡ 나는 원래 책 한권을 적어도 20번은 읽는 사람)
"최고의 신랑감"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대물.
아무리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절대 남자로 안 보인다. 그래서 패스.


여림.
우쭈쭈~ 귀엽기도 하지. 재미를 추구하고 여인들을 좋아하는 여림.
명석한 두뇌(그런데 14강에서 애들 술먹이며 표 동정하는건 절대 여림스럽지 않았다!
도대체 이 장면 왜 집어넣은거야? 내가 알던(?) 여림이라면 뭔가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한 번 내 사람이면 끝까지 지킨다는 의리파.
남편이면 속 꽤나 탈 듯. 툭하면 술 먹는다고 나가고 친구 때문에 나가고...
그래서 친구면 참 좋겠으나 남편으로는 불통~


걸오.
나는 긴머리에 수염 덥수룩한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한다(일전에 울 아빠가 머리와 수염을
기르신 적이 있는데 내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터치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는 해드렸음. ㅋ).
하지만 거친(하지만 드라마 속의 걸오는 "미친 말"이 아니라 "순한 말"이다. 어케 하인수 한 번을
못 때리고 매번 당하냐? 속에서 천불~~~) 외면과는 다른 다정하고 따뜻한 속내.
그런 애정을 받아볼 수 있다면 참 행복하지 아니하겠나....? 만
그건 나도 걸오를 "남자"로 받아들일 때의 이야기지.
걸오같은 스타일은 평생 남의 등만 쳐다보다 끝날 듯.
사랑한다면 말로 표현해라. 아니면 시작도 못해보고 끝난다.
청춘이 좋은게 뭐니?!

어쨌든, 다 떠나서.. 대의를 쫓는 사람의 아내는 고달프다.
같이 그 길을, 마음으로 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함께 걷는게 아니라면.
나는 지금 내 안위만 쳐다보고 살고 있으므로 걸오 역시 남편으로는 불통~


마지막으로 가랑.
집안 좋아, 학벌 좋아, 비쥬얼 좋아, 돈 많아(아, 그런데 아직까진 그게 아빠 돈. -_-)..
시아버지 될 분이 좀 깐깐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스펙
(사람에게 "스펙"이라는 단어 붙이는거 싫어하는 사형들 많은거 알지만.. 적당한 다른 단어가 안 떠오름).
내 자신이 나름 "교과서"이기 때문에(남편이 인정. 가끔 너무 답답하다고 함)
원리원칙 내세우며 꼬장꼬장한 사람, 그닥 싫지 않다.
오히려 줏대 없는 사람이 별로인 터.

하지만 그런 그의 뒷배경보다 가랑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성격이나 태도의 매력이
훨씬 더 크다 할 수 있겠다.
사실 책 속의 가랑은.. 좀 느끼하고 너무 지고지순해서 내 타입은 아니지만
(하하하~ 나도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게냐!),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 속의 가랑,
그 깐깐하고 대쪽같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변해가는 모습이 참 매력적인
그 가랑이 더 멋있는데 말이지..

그 와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가랑의 매력은..
그대가 용이 되고자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가 헤엄쳐 놀 수 있는 물이 되겠소.
그러니 그대의 바람이 곧 나의 바람이오.


-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저, P265

아, 너무 멋지지 않니?
나보다 너를 앞세우는, 그런 사랑.
그래서 나는 가랑을 최고 신랑감으로 꼽는다...만,
나는 용이 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좀 버거울 수 있겠다.
그래서 아쉽지만 불통~


그럼 너는 뭐냐고?

.
.
.
유부녀잖아! 또 결혼할 수 없어!!!

집안일과 육아를 포함시키지 않은 채 최고의 신랑감을 꼽는건(신랑=남편이라는 가정 하에)
어불성설이다.
지금 상황에서 너무너무 멋진 남자라도 "돼지"라면 빵점짜리 남편이니까!

아니,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몰라?

그럼.. 이런 생활을 계속하던 피곳 부인은 어떻게 했겠어?


이 쪽지 한 장을 남기고 가출하게 되는거지.


그러니 아무리 잘난 남편이라도, 좋은 스펙이라도,
"최고의 신랑감"을 고를 때는 면면히 잘 선택하시길.
이미 선택했다고?
그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10. 9. 12. 13:59
나는 원래 TV를 잘 보지 않는다.
시간도 별로 없었거니와 TV만 보고있기엔 시간이 좀 아까..쿨럭.
거기다 귀국해보니 집에 TV다운 TV도 없고(A4용지만한 화면의 TV가 하나 있긴 함)..
그나마 외국에 나가면 괜시리 한국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꼬박꼬박 보는데
한국에 오니까 닥.본.사.[각주:1]는 정말 힘든거라.. @.@
그래서 꾸준히 봐 오던 것, 개중 끌리는 것들에 한해서 주로 인터넷으로 본다
(요즘 joonmedia엔 무슨 일이? ㅠㅠ).
화면은 저화질에 토막토막 잘라놓은거라 7분에 한 번씩은 플레이 버튼을 눌러줘야 하고
가끔 버퍼링이라도 많이 잡히게 되면 그냥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안타까운 상황.
흑흑..

이런 내가 간만에 닥.본.사.를 하게된, 그것도 드라마가 있으니
시청률이 생각만큼 안 나오지만(10% 미만대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그리고 드라마가 좋아서 더 좋다는 원작소설은 어떠한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심지어 나는 4회까지 본 후에 바로 원작소설을 오더해서 2일만에(하지만 총 시간은 4시간)
다 읽어버렸다. 지금 2부라고 하는 두 권짜리 소설마저 오더한 상황. @.@)..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가져다가 잡티들은 살짝 제거해줬다. 내 실력으로는 최선. -_-

성균관유생들의나날.1(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지은이 정은궐 (파란미디어, 2009년)
상세보기
성균관유생들의나날.2(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역사/대하소설
지은이 정은궐 (파란미디어, 2009년)
상세보기
그리고 이건 책. 2권으로 나눠져 있다.

원작을 먼저 읽은 사람들 중엔 드라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살짝 먼저 보고(4회까지) 원작을 다 읽은 나로서는
원작은 하나의 소설이고 드라마는 하나의 드라마라를 생각,
즉, 둘 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특히 원작엔 나오지 않는 금등지사와 그 행방까지 곁들여지니
이건 꽃남들 구경과 함께 달달한 연애 이야기, 거기에 추리물까지 얹어지는건가?
4회까지 본 바로는 금등지사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펼쳐질 듯 한데
원작에서는 전혀 언급도 안 되어있을 뿐더러 그 관련 사건들이 너무나 쉽게(?!)
진행되고 해결되는 듯 해서 오히려 어리둥절했던터.
물론 드라마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짜피 꽃미남 세 사람 얼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는 재미가 있으되
(거기에 화려한 조연들의 연기까지.. ^^) 드라마 상에서 아주 매력적이던 초선이
책에서는 어이없게 그려져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럼, 최고의 기녀라면 드라마 속의 초선이 정도는 되야지.
아울러 직전에 읽었던 이정명씨의 "바람의 화원" 때문에 오버랩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살짝 헛갈리기까지 했다. 배경도 비슷해서 그런건가.

미스 캐스팅이라는 말도 꽤나 나오던데 연기력만 두고 보자면
적어도 "밑에 자막 좀 넣어주세요"라거나 "책 읽지 말고 연기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심한 연기는 없는 듯 하다(개인적인 생각).
선준 역을 맡은 사람이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라고 해서 깜놀.
신선한 신인배우겠거니 했는데 아이돌이라뉘.. @.@ (사실 동방신기에서 유노윤호와 믹키유천밖에 몰.. 쩝)
무표정 사이에 순간순간 드러나는 표정 변화가 예상 외였다.

여림, 물만난 물고기요, 대물, 원작에서는 "여성"임이 너무 강조됐던 것에 반해
훨씬 더 당차고 똑똑하여 흐뭇(원작에선 뭐 이런 정도로 임금의 눈에 팍 들어오나 싶은 것이..).
걸오의 깜짝복장과 거지꼴의 대비 역시 재밌었다.

다만.. 이들의 나이는 19-23세. 고만고만한 인물들 속에서 걸오가 너무 어리게 나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미스 캐스팅이라면 미스 캐스팅.
걸오는 좀 더 나이 많고 대물이 좀 더 어린 사람이었으면,
아니 걸오만이라도 좀 더 나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뭐, 그 정도 쯤이야...

드라마가 지니는 한계 속에서(책과 비교해 시간적, 공간적 한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지 기대가 더 된다.
아울러 2탄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속 이야기가 드라마에 포함이 된 것인지
아니면 "성균관 스캔들 2"가 새로 만들어질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저공행진의 시청률에 밀려 "성균관 스캔들"마저 중도하차할 것인지 궁금하구나
(개인적 바램은 제 1안).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간만에 시간 기다리며 시청할만큼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생겼다는 것이요
(바로 전의 드라마는 "산부인과" 여기서도 여림 역의 송중기씨 등장),
내 책을 구매하는데 돈을 썼다는 것이요(이왕이면 빌려 읽었음 더 좋았겠지만
요즘 아주 인기가 많은지 도서관에서도 늘 대여중. -_-),
간만에(-_-) 아이들에게도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나는 대체로 원작을 먼저 읽은 상태에서 그걸 영화화 내지는 드라마화한 작품들을 보는 편인데
이번엔 순서가 바뀌었다).
드라마를 좀 보다가 소설을 읽는 바람에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드라마 속의 인물들로 대입시킬 수밖에 없었서 재미가 좀 덜했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에 덜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드라마 덕분에 오늘이 일요일임에도 그리 나쁘지 않군.
내일이면 만날 수 있으니까. 꺄하하~~~
  1. 닥.본.사.- 닥치고 본방 사수 [본문으로]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10. 8. 7. 06:05
토이 스토리 3
감독 리 언크리치 (2010 / 미국)
출연 톰 행크스,팀 앨런,조앤 쿠삭,김승준,박일
상세보기

고대하고 기다리던 토이 스토리 3을 봤다.
큰애와 둘만의 데이트.. 치고는 내가 너무 영화에 몰입하여 그만,
아이와 단둘이 뭘 한다는 것에는 의미를 두지 못했다.

그래도 참 좋았다.
비록 쩐과 시간의 제약으로 더빙판을 보긴 했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안정적인 3D 영화도 부드럽고 부담스럽지 않았고
영화를 보는 막판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날 정도였다.

처음 "토이 스토리"를 접하게 된 게 언제였을까?
큰애가 디즈니-픽사 영화에 열광하기 시작한 2006년 말 정도부터였을 것이다
(만 2세가 넘어가면서 Cars에 푹 빠지기 시작한 장남, 그게 시작이었다).
심지어 우리 애는 지금도 차 안에서 cd를 듣기도 한다.
내가 거라지 세일에서 50센트 주고 산 1, 2편 함께 묶여있는 cd.
그렇게 1편과 2편을, 대사 토씨까지 기억하고 있는 우리 모자,
3편에서 다시 만난 토이 친구들이 너무 반가웠다.
마치, The Wiggles 아저씨들을 공연장에서 만났을 때의 느낌이랄까? ㅋㅋ
(2007/10/28 - [문화생활] - The Wiggles 공연에 다녀오다~)

뭐 그건 그렇고..


1. 더빙판보단 영어판으로..

이왕이면 영어판으로 보시길.
특히 1, 2편에 등장했던 노래까지 외우는 수준이라면 더더욱이다.
익숙한 노래, 익숙한 인물들, 익숙한 배경임에도 한국어가 들리는 상황은
낯설기 그지 없었다.
뭐, 영화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그닥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daycare"는 "탁아소"보다는 차라리 "어린이집"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 데이케어, 완전 환상의 장난감 응집소였다! ㅋㅋ


2. 어릴 때 심성이 고대로 가는구나

장난감을 사랑할 줄 알고 온순했던 앤디는 커서도,
뭐 약간의 반항기는 있었다만은 그래도 여전히 사랑이 넘치고 온순한 아이였다.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영화 리플렛을 보니 1편에 등장했던 옆집 난폭한 꼬마 시드도
등장한다고 했었는데.. 음, 머리를 굴려보니 누군지 대충 짐작은 간다.
어릴 때 버릇 여전하구나 싶었다. ㅋㅋ


3. 낯익은 풍경들

미국 소도시에 있음직한 집들, 골목,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진 길 끝에 보이는
파란 하늘과 구름들..
내가 그리워하는 미국생활의 한 모습.

아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익숙한 장난감들이며
데이케어의 모습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애와 함께 다니던 놀이방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 와중에 불쑥 등장한 토토로 인형은 반갑기도 했지만
디즈니-픽사 영화에 한꼭지씩 들어있는 일본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기도..


그리고, 안녕..

이제 이 3편으로 "토이 스토리"가 완결된 것 같다.
앤디가 떠나는 뒷모습이 어찌나 안타깝고 슬프던지,
마치 내 유년시절과 작별하는 느낌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 유년시절이라기보다는 큰애의 유아기겠지만
(오.. 유아기를 "토이스토리"와, 디즈니-픽사와 함께 한 아이라뉘.. @.@)
나도 엄마의 한 단계를 끝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p.s. 우리집엔 장난감이 너무 많다. 장난감 정리를 해야겠어! (너무 잔인한가?)
p.s.s. 큰애는 중간에 무섭다면서 내 품에 파고들었다. 왠만해선 영화에 집중하는 아이인데.. 좀 음습한 부분이 있긴했다.
p.s.s.s. 이 영화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영되는 영화였음에도 영화 전 다른 영화를 광고하는데 호러영화가 나왔다.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그나저나.. 둘째 낳고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영화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음 좋겠다~ :)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10. 3. 1. 18:09

이 광고, 아주 마음에 든다.
관광명소를 소개하듯 독도가 우리 땅임을 나타내는.

나라가 못하니 국민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기사도 읽어보시라. 아래 링크 클릭!
한국일보: 미국도 깜짝 놀란 초대형 '독도 광고'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7. 21. 11:52

요즘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주말연속극인 <엄마가 뿔났다>다.

어릴 때야 김수현씨가 쓴 드라마를 좋아했다만
커갈수록 그 뭐시랄까, 가치관의 충돌이랄까, 하는 것 때문에 영 꺼림직해서 안 보던 바,
이번 건 처음 시작을 한고로 그냥 쭉 보는데 대략 재밌다.

왓쏘에버, 한자라는 환갑 넘은 엄마가 있다.
위로는 시아버지를 몇 십년째 모시고 있고, 나를 사랑해주지만 착해빠지기만 한 남편이 있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다들 시집장가가서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냐하면 다들 골치덩어리.
거기에 같은 공간 다른 지붕에 친구라지만 시누이인 이석이가 살고 있다.

야.. 배경만 들어도 골치가 스슥.

내가 사고픈 거 하나 제대로 못 사보고, 내가 먹고픈 거 하나 제대로 못 먹고 매일 삼시세끼 걱정하며
그저 시아버지 봉양하고, 남편 챙기고, 자식들 거두고.. 그렇게 환갑이 지났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연애를 시작하시고 (뒤늦게 새어머니가 들어올 확률도 있다 - 한자입장이라면 생각할만함),
지 잘난 맛에 사는 큰딸은 애가져 입덧을 하는데다가 전처 자식까지 봐달라고 전화질하는데다가
애 보는 앞에서 도우미아줌마 취급까지 하고,
며느리는 돌도 안된 아기를 키우면서 둘째를 임신을 했으니 또 할 일이 눈 앞에 환히 보이고,
작은 딸은 시어머니 시집살이에 친정에 와서 눈물을 펑펑 흘려대질않나,
거기다 50년 우정의 친구는 가끔씩 시누이임을 확인시켜주고..

그러니 1년 휴가, 나만의 시간, 다 잊고 떠나기, 안 외치고 싶냐 말이다. -_-

엄마가 그런게 어딨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사는데 왜 유별떠냐고?
그냥 사시던대로 그대로 살라고?
자식이라는 것들 키워봐야 이런 식으로밖에 말 못하면 정말 싫을 것 같다.
제 3자인 내가 봐도 정 떨어지는데 엄마는 오죽하랴.

나는 김수현씨가 사회에 팽배해있는 "엄마(내지는 모성) 신화"를 건드려보고자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존재, 엄마라는 음절로도 맘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애 키워보니까 알겠더라.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애가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엄마가 힘들고 맘이 아프고 불행한데 자식들이 다 뭔 상관이랴!

그래서 나는 한자가 한숨을 쉴 때마다, 가족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마다 덩달아 한숨이 나던데
어디 뉴스를 보니까 시청자들이 공감을 못한다고 써 있어서 순간 확!
이봐이봐!! 엄마는 신이 아니라고. 엄마도 인간이라고!!

이런 나도, 올해 엄마 생신을 까먹었으며 (알고 있었는데 어케 그 날을 딱 까먹었다. 엄마, 너무 미안해),
엄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엄마 브라 사이즈가 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뭐시기
유명하다는 브라 핫딜이 올라왔는데 엄마 사이즈를 몰라 패스). 남 탓할 거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여튼, 그래서 나는, 한자가 원룸 계약하고 짐 다 싸들고 봉고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웃을 때 덩달아 웃었다.
앞으로 그녀의 1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그 용기와 그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화이팅, 세상의 모든 엄마들!!
(뭐, 그렇다고 엄마들 다 독립하시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7. 20. 18: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하늘과 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

남편은 두 번이나 보길 시도하는 듯 했는데 잠들어버렸고 (-_-), 나는 눈물을 흘리며 봤다. 워낙에 한국영화를 더 사랑하기도 하지만, 글쎄, 연애 3년, 결혼 8년째인 내게는 참 와닿는 영화더라.

처음엔 두근반 세근반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사랑도, 격정적으로 불타오르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뭐, 안 그런 사람도 있겠다만)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귀찮고, 점점 가족화되어가는 (오누이.. --;;) 상태에 접어들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사랑의 생활화일지도 모르겠다. "정 때문에"라는 말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엔 이해가 된다. 그리고 화끈한 사랑보다 더 무서운게 정이라는 말도.

남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자니, 저 어린 것들이 저게 사랑인줄도 모르고 배부른 타령을 하네라는 생각 반, 저렇게 쌓아두면 안되는데 참 그게 안되긴 안되지라는 생각 반.. 그러다 나중엔 다진이(김하늘 분)에게 몰입돼 다진이가 울면 나도 울고 다진이가 아파하면 나도 아파하다가 재영이(윤계상 분)가 담배를 피며 우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 연애가 깨진 듯 또 줄줄 울어댔다. 아, 윤계상의 담배 피며 우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고 싶다 (난 대사 외우는건 잼병이어서 맘에 남는 대사는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약 2시간 보면 딱 좋을 영화.
씨네21의 네티즌 평점은 별 3개 밖에 안되지만, 윤계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뭐, 김하늘을 좋아하는 사람도) 긴 연애 경험이 있는 (내지는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꽤 볼만할 듯.

내가 이 영화보고 울었다니까 이 영화보다 잠든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_-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7. 12. 01:04

요즘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면 그것은 태양의 여자.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봤다.
새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보통 새 드라마가 나오면 2편까지 보고 계속 볼 지 그만 둘 지 결정한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악녀"도 "미워할수밖에 없는" 악녀가 아니라
그래도 좀 연민이 가는데 그래도 미운 악녀라는 것이다.
선악구조가 너무 분명하면 스토리가 흐지부진해지면서,
거기다 이미 현실을 알대로 아는 성인인지라,
재미가 없다.
작가와 배우들의 훌륭한 조화가 만들어내는 작품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출신성분은 넘을 수 없는 벽일까 하는 삐뚤어진 시각도 있었다만
배우들이 표현해내는 미묘한 심리묘사의 탁월함과
예측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가 참 맛있는 드라마다.

굵은 줄거리는 대략 짐작이 가는데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다음을 기다리게 된달까?

다른 사람이 모두 내 삶을 부러워해도 내가 행복해야 그게 행복이라는 것,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나를 전폭적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것,
죄를 지었으면 얼른 실토하는게 ("매도 빨리 맞는게 낫다"?) 신상에 좋다는 것,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는 남녀관계는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는 것 (ㅋㅋ),
등등..
드라마를 보고 느끼는 것이다.

다음 주도 기대가 된다.
그런데 이거 미니시리즈니, 언제 끝나는겨?


추신:
드라마를 보다가 동휘에게 물었다.
나: 동휘야, 엄마가 더 예뻐, 저 여자 (김지수를 가리키며)가 더 예뻐?
동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지수를 가리키며) 저 여자.
이누무자슥!! 그래서 난 빈말 잘 하는 니 아빠를 더 사랑할래!!! ㅠㅠ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7. 3. 09:55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 중에 유독,
쓰레기더미로 뒤덮여있고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아주 암울하고 깜깜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가 많다.

이는 어쩌면 그만큼 지금 그대로 가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겠지만
굳이 돈 내고 "재미"를 사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피하고 싶은게 사실이다.

처음 WALL E를 보겠다 생각한 건,
귀여운 로봇과 디즈니-픽사라는 브랜드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디즈니-픽사 영화를
동휘는 다 좋아하지 않았던가!!


(위의 그림파일은 imdb에서 퍼왔다)

글쎄.. 보고난 소감은 "지루함"과 "식상함", "우울함"이었다.
지금까지 유쾌한 디즈니-픽사만 봐서 그런지,
아니면 영화 시작 전에 무려 30분이 넘게 온갖 프리뷰를 봐서였는지
특히 처음 30분은 정말 지루했다.

이 영화는 사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랜다.
벌써 나는 "사랑"에 심드렁한 사람이 된걸까?

디즈니-픽사가 만든거라 동휘를 생각해서 가 본 영화였지만
35개월짜리 꼬마가 보기엔 무리였다.
그래도 자리 떠나지 않고, 집에 가고 싶냐니까 싫다면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떄까지 자리에 앉아있었던 동휘와,
Wall E가 잠시 정신을 잃을 때 슬프다며 흐느껴 운 동휘와
본 영화라는데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

아, 요즘 나, 매사에 너무 까칠해.. -_-

왓쏘에버,
동휘가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은 이제 2주밖에 안 남았다.
야, 넘 일찍부터 제 값 다 받는 거 아냐?!! --+++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6. 16. 15:07
언제나 발단은 동휘다.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왔는데 마침 Kung Fu Panda였다.
"엄마, 저거 보고 시포요"라고 자식이 말하면 보여주고 싶은게 부모 맘.


마침 지난 2004년 12월에 남편 생일이라고 이웃 언니가 선물로 주신 영화티켓이 있어
어른 둘에 아이 하나 (동휘는 공짜),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현정언니께 쌩유 베리 감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저 티켓 유효한 극장인 Regal.

1시에 웹 사이트에 들어가 시간을 봤더니 1시 40분 것이 있어서 부리나케 갔다.
우리까지 포함해서 채 20명 안되게 본 듯. 그 중 1/3이 어린 아이들이었다.
분위기는 멀티플렉스랑 아주 흡사하다. 좌석표가 따로 있지 않고 그냥 들어가 원하는 곳에 앉으면 된다.
거기다 끝나고 나오면서 다른 상영관 들어가도 아무도 모를 듯. @.@
전체 상영관으로 연결된 부분만 티켓 확인하는 사람이 한 사람 서 있고
그 다음엔 아~~무도 없다. @.@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이들을 위한 부스터싯.
그거 의자에 떡 얹어놓으니 의자가 접히지도 않고, 동휘에게 딱 맞아서 편하게 봤다.
거기다 앙증맞게 컵홀더까지 있지 뭐야~~ ^^

(아쉽게도 부스터싯 사진은 못 찍었음)

영화 자체는, 뭐.. 호평에 비해서는 중간에 약간 지루하기도 했고
스토리가 너무 "스타워즈"랑 흡사해서 오히려 우스웠던 정도.
그래도 귀여운 동물들과 화려한(?) 쿵후 액션이 즐거웠달까?

결론은 결국 "나 자신을 믿으라"는 것 같은데 임동휘는 인형들 가지고
쿵후 대련하는 놀이나 해대는 걸 보면.. 음.. 역시 아이와 어른이 받아들이는데는 차이가.. 쿨럭.
그간 자막없는 영어가 두려워 (남편), 애 때문에 (둘 다) 한국에서는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갔던 영화관에
4년만에 처음 가봤다만.. 결과는 성공적. 자막이 없으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
애도 잘 견디는 것 같고~



012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재밌는 것이 있어서 찍어봤다. 사람도 별로 없어 더더욱 신나서. ^^;;

그리고.. 보고싶은 만화 Wall E.




여튼 동휘가 처음으로 극장에 간 34개월 6일 째 날. 기록할 만 하다.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야, 정말 동휘 다 컸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2. 14. 00:37

나는 공지영씨의 소설을 좋아한다.
90년대 초에 난무했던 소위 386 세대들의 패배주의에 젖은, 내지는 허무주의에 젖은
문학 작품들에 신물을 내긴 했지만, 글쎄.. 공지영씨의 소설도 그러했던가?
아쉽게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작위로 책은 많이 읽었는데, 따로 적어두지 않으면 제목과 내용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달까..


왓쏘에버,
잠깐 한국에 다니러 간 현정언니가 생일선물을 빙자해서 많은 책을 보내줬는데,
거기에 끼어 있던 공지영씨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재미나게 읽었다.
공지영씨의 뒷배경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스토커는 아니고, 그냥 관심있게 보다보면
많이 나오는 스토리 - 이혼 세 번의 배경, 첫 번째 남편이 "논리야 놀자" 시리즈의 작가 등)
나로서는 이 사람이 사실을 소설처럼 쓴 건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지), 사실을 바탕으로
살을 많이 붙인건지.. 여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참 매력적인(?) 위녕과 엄마로 다가왔다는 거..

애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제 슬슬 사춘기 딸의 감정보다 엄마의 감정이 더 와닿는 나이가 됐다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한동안 내 맘을 쓰라리게 했던 엉뚱한(?) 문구 하나.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어..... 곰탱아, 날 여기서 내보내줘! 제발 날 여기서 내보내줘!"

그것은 우리 부부의 육개월 만의 대화였고, 그리고 마지막 대화였단다. 

-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p 336

내가 특별히 남편과 문제가 있는 것도, 내가 너무너무 지겨워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 맘이 이해가 됐달까?

심지어 연애를 깨고나서도 할 말이 한 뭉태기인데 (그렇다고 누구에게 말하진 못하고),
결혼을 깨고서 얼마나 이런 말들이 하고 싶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재밌게 읽고도 우울한 여운이 길게 남았다는 이야기.

이 책은 위녕의 시선으로 쓰여진 것임에도,
엄마의 시선에 더 몰입하게 되는 나는,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엄마"인갑다.

가끔 철이 없어도 보이지만, 내 자식이라고, 아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내 자식을, 위녕 엄마처럼 대하고 싶다.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