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브로'에 해당되는 글 107건

  1. 2010.11.18 장남의 어린이집 생활 22
  2. 2010.11.15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단 말 18
  3. 2010.10.31 Happy Halloween! 14
  4. 2010.10.09 간만에 자식 자랑 20
  5. 2010.10.05 순식간에 극성어미가 되다 14
  6. 2010.09.30 동우가 아프다 [감기] 24
  7. 2010.09.04 타인의 눈에 비친 형제 22
  8. 2010.09.02 결혼 16
  9. 2010.08.31 추워와 더워의 거리 20
  10. 2010.08.20 공감대 22
동동브로2010. 11. 18. 12:00
"엄마, 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꼬추도 짤라버리고"
(어허.. 아빠 기함하시겠다)

요즘 동휘는 여자가 되고 싶단다.
남자친구들은 장난치고 자기 괴롭혀서 싫은데
여자친구들은 너무 좋단다.
그런데 어린이집 친구들이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친구해야지
남자가 여자 좋아하고 그럼 안된다 했단다.
그래서 자기가 여자가 되고 싶댄다.

넘 웃긴데 웃을 수 없는,
당사자에겐 너무나 슬프고 진지한 이야기.

어떻게 이야기 해주면 될 지 조언해줄 사람 구함.



"엄마, 오늘 선생님이 부채로 나 머리 때렸어요"
"난 안 그랬는데 xxx이 일러서 남자친구들만 다 맞았어요"
"아팠어요!!!!"
"나만 울었어요"
"선생님이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갔어요"
"다른 친구들은 안 아팠대요"
"선생님 참 좋았는데 이제 싫어요"


몇 달 전만해도 부르르 떨며 당장 뛰어갈 사안이다.
왜 애 머리를 때려욧?!!



그런데 일단, 상황 판단을 해보자.

깃털을 가지고 장난을 쳤는데(아마도 부채춤에 쓰이는 그 부채에서 나온)
자기는 장난 안 쳤으나 모 학우가 선생님께 이르는 바람에
남자친구들 모두가 벌을 받은 모냥.

친구들은 안 아프다고 했지만 자기는 꽤나 아팠는 모냥.

울었고, 선생님께 자기는 안 그랬다고 얘기도 했는데
선생님은 그냥 아무 말 없이 가셨댄다.

선생님 좋았는데 자기 때려서 이제 싫단다.
그래도 오늘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므로 어린이집은 가겠단다.
엄마차 타고 갈거냐 물었더니(애 아빠 데려다주는 길에)
자기는 봉고차가 좋고 재밌다고 그거 타고 간댄다.

선생님한테 혼난게 억울해서? 아파서? 챙피해서?
어째서 싫었냐 물으니 아파서 싫었단다.
아파서 싫은거야 아픔이 가시면 사라질 터..

선생님께 전화를 해야할지 그냥 넘어갈지 고민 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애 머리는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_-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11. 15. 09:53
애들이 사춘기는 되어야 튀어나오는 말 아냐?
하긴.. 요즘은 어린이집만 가도 "아영이꺼" 돼 버리니까

동동브로 이 나이대에도 나올 수 있을 법한 소리지.

내가 요즘 "자식 키워봐야.." 운운할 때는 뭐, 이런 때다.

약하게는 내가 온 심혈을 들여(?!)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는 막내,
나랑 눈 맞추고 있다가도 문소리 들리면, 전화벨 울리면
"아빠!"를 외쳐대며 다다다다 현관문 쪽으로, 전화쪽으로 달려갈 때.
그래, 넌 "아빠 아들"이구나! 흥!

하지만 이런 건..

세상에서 엄마가 젤루 예쁘고 엄마 젤루 사랑하고
심지어 아빠를 없애버리고라도(??) 엄마랑 결혼하겠다는 장남,
저녁을 꾸역꾸역 다 먹더니
장남: 엄마, 저녁 다 먹었으니까 과자 먹어도 되요?
나: 안돼.
장남: 왜요?
나: 과자 많이 먹으면 머리 나빠지고 키도 안 크고 뚱뚱해져.
장남: 많이 안 먹으면 되잖아요.
나: 너 지금 배가 뽈록하잖아.
장남: 음.. 엄마처럼 뚱뚱해져요?
나: (흑..) 그래!
장남: 그럼 안 먹을래요. 대신 내일 아침에 먹어도 되요?

나.. 살 뺄거야. 흑흑흑...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10. 31. 03:44
1년 중에 동휘가 좋아하는 날을 특히 꼽으라면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아직 어린이날과 생일이 주는 폭발력은 잘 모르는 듯. ㅋㅋ

왓쏘에버, 그래도 할로윈 때마다 커스튬 입혀서 도서관으로, 백화점으로, 즐거웠는데
한국에 와서부터는 그런 재미가 없스.
혹자는 한국에서도 할로윈 파뤼에 퍼레이드에 난리라고 커스튬은 잔뜩 사가지고 귀국하라던데
그건 다 서울 내지는 대도시 이야기인 듯.
내가 사는 이곳은 할로윈 파뤼, 커스튬은 개뿔이어라~
아, 이마트에서 팔긴 하던데 영 재미가 없더라.
맨 귀신 복장들 밖에 없어서 말이지.

동휘 만 3살 무렵, 할로윈 끝나고 타겟에서 할로윈 용품 75% 세일할 때 건진
버즈(Buzz Lightyear)와 토마스(Thomas the Tank Engine) 커스튬.
특히 토마스는 만 6세까지 입을 수 있다는 크기인지라 잔뜩 기대를 했는데
작년엔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레드가 좋다고 해서 그걸 또 구해다가 입혔는데
올해는 뜬금없이 드라큐라 혹은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고 난리법썩.

결국 이마트에 가서 구경하다 고른건 드라큐라 망또와 해리포터 막대기, 똥그란 까만테 안경..
그렇다! 해리포터!
진정한 해리포터라면 속에 난방(와이셔츠?)에 넥타이도 매 줘야했겠지만
아침에 엄마참여수업 참여하느라 후다닥후다닥... 그 와중에 안경은 테 부러져주시고.. -_-
(인간적으로, 한국 장난감들 너무 쉽게 부러진다. 가격이나 싸면 몰라. -_-)
그래도 뭐, 대충 이런 비쥬얼 탄생.



할로윈 날을 맞이하야 자기는 "trick-or-treat"을 외쳐야겠다고, 옆집에라도 가겠다는걸
아서라 말아라.. 한국에선 그런 거 하는 곳 없다고 달래..다가 윽박지르고 있는 수준.
엄마는 이용 아저씨의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을 부르고 싶단 말이다.
가비압게 와인 따서 마시면서 말야.
여긴, 한국이니까!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10. 9. 01:49
우리 장남은 엄마를 많이 아껴준다.
내가 녀석에게 해주는건 별로 없는데 그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도 가끔 든다.
가끔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짜증을 많이 내서(특히 졸리면) 혼내기도 많이 혼내는데
그럼에도 동휘=sweet boy라는 공식엔 변함이 없다.
이러다 사춘기 오면 너무 슬플까?
뭐, 지금을 즐기는 수밖에.

1. 아빠를 어떻게 없애지?

좋아하는 여자친구들도 많고 요즘 부쩍 결혼에도 관심이 많아진 녀석이지만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장남.

장남: 엄마, 나는 커서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나: 음.. 곤란해. 엄마는 이미 아빠랑 결혼했잖아.
장남: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나: 한 사람하고만 결혼하는거야. 그래서 너랑은 할 수 없어.
장남: 음.. (골똘) 아빠를 어떻게 없애지?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작렬이라면 분개에 또 분개!
아, 이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


2. 잰틀맨

아침에 녀석 어린이집 차 태워보낸다고 나가보면 남자아이들의 멋대가리 없음이란.. ㅡ.ㅡ
유독 우리 단지에 6세 아이들이 많은데(8명 타는데 그 중 5명이 6세) 여아는 꼴랑 하나.
그럼에도 어쩜 그리 여성에 대한 배려도 없고 터프들 하신지..
그 와중에 말투부터도 곱상하고(사투리가 살짝 섞이긴 했지만 동네 아줌마들 말로는
"엄마 말투랑 똑같아서 예쁘다"고~ 그렇다! 나는 늘 외모가 안되니 다른걸로 들이댄다!)
뒤에서 애들이 밀어도 앞에 있는 친구(여아) 보호하겠다고 힘으로 버티려 안간힘 쓰고
애들이 괴롭혀 힘들어하니까 손을 꼬옥 잡아주는 동휘.
그러니 다른 친구들이 자기가 매고온 스펀지밥 가방 만진다고 신경질 팍팍 내다가도
동휘가 만지니까 손에 들고 있던 보조가방(?)까지도 내어주지!

계속 이렇게 매너남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램.


3. 엄마, 힘드니까 내가 도와줄께

어릴 때부터도 빨래 하거나 빨래 갤 때 옆에 와서 거들려고(-_-) 노력하던 동휘.
좀 커서 의자놓고 올라가면 싱크대에도 손이 닿는 나이가 되니 설겆이에도 급관심을..

엊그제는 저녁 먹고 피곤에 쩔어있는 내게 "엄마, 엄마는 힘드니까 내가 설겆이할께"하길래
"식기세척기 돌릴테니까 그냥 놔둬"라고 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의자도 없이 까치발들고 서서는 설겆이를 하더라.
그러더니 "엄마, 내일도 힘들면 말해. 내가 설겆이 할께"라는 천사멘트를...

애들 재운다고 같이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 나와보니
설겆이한 그릇 수납하는 식기세척기에 집어넣진 못했어도
깨끗하게 씻어놓은 그릇들을 카운터 위에 주르륵 올려놨더라.
깔끔하게 잘도 했네. 예뻐라..

그런데 욕심쟁이 엄마는.. 이왕이면 설겆이보다 청소 및 정리정돈에 더 관심을 갖길 바래. 케케~


-
요즘 올인하고 있는 배우, 박유천.

이래저래 검색을 하다가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쓴 글을 봤는데
그 글 보면서 "아, 우리 동휘도(솔직히 지금까지의 동우를 봤을 때 동우보단 동휘가 가능성이 더.. 쿨럭)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넘집 자식 부러워하다가 문득 내 자식 돌아보니 아, 이렇게 뿌듯할수가..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결혼하자는 말도 많이 하고
동생이 실수로라도 엄마 치면 바로 주먹들고 "엄마 괴롭히지 마!"하면서 때려주는(음.. 좀 곤란하긴 해) 아이.
엄마 힘들까봐 집안일도 거들어주고, 엄마가 싫다고 하면 안 하려고 노력하고,
경고의 의미인 "하나, 둘, 셋"의 셋까지 세기 전에 이미 엄마가 시키는거 하고,
하루종일 엄마한테 설명해야 할 일도 많고 물어봐야 할 것도 많고...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기분 안 좋은 이야기나 엄마가 속상할만한 이야기는
적당히 잊어주는 센스까지... (그런데, 이왕이면 고주알미주알 다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그 뿐인가!

내가 그토록 예뻐하는 박유천의 속눈썹, 그러고보니 우리 애들도 속눈썹이 길고
특히 동휘 눈썹은 날 닮아서(!) 살짝 위로 말려 올라가 있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동네 사진관이지만 사진관 모델 좀 해주면 안되겠냐는 얘기도 듣고,
물론 고슴도치긴 했지만 홀리 할머니는 동휘 피셔 프라이스에 사진 좀 보내보라고까지 하셨더랬다(꺄하하~).
단, 아.. 기럭지.. ㅠㅠ 내가 너 가졌을 때 조인성을 예뻐하며 꾸준히 봐줬건만.. ㅠㅠ

물론, 특히 사내아이라 사춘기 지나봐야 어떨지 알겠지만,
당장 남편을 봐도 어머님보단 나한테 더 살갑게 굴고 애교도 떨고 하지만(아들은 애비 닮는다며.. ㅠㅠ),
그래도 다시 한 번, 넘 자식보며 부러워하다가 내 자식 보니 마음이 흐뭇해지는거라.

그래서 우리 장남 덕분에 엄마가 많이 행복하다구.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p.s. 동휘야, 이번 포스트는 순전히 너만을 위한거야. 엄마는 동우만 사랑하지 않아.
(일전에 동우 사진만 올려놓은 포스트를 우연히 보고 울먹울먹해가며 "엄마는 동우만 사랑하나?"했던 동휘)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10. 5. 17:16
요즘 동휘의 일상은..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이것저것 찾아먹고(엄마는 잠.. ㅡ.ㅡ)
EBS에서 아이들 프로 시작하면서부터 TV를 본다.
8시쯤부터 본격적으로 에미가 먹이는 걸 받아 먹으며 옷 입고 어린이집 갈 준비.
8시 45분에 나가 8시 50분에 버스를 타고 9시 15-20분 사이에 어린이집 도착.

그 다음엔 어린이집 일정에 따라 움직이겠지.
2시 30분에 정규반이 끝나면.. 이후가 9월 27일부로 바뀌었다.

그 전에는 종일반 하면서 화, 목에 노덕영의 미술교실인가? 여튼 어린이집에서 하는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동휘가 종일반을 너무 싫어하며 거부하는지라
동네 미술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2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2시 50분에 동네 튼튼 어린이집(같은 원장이 운영하는
영유아-3세까지- 전용(?) 어린이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3시에 미술학원 버스를 타고 미술학원에 감.
1시간 수업을 한 후 1시간은 종이접기 등을 하며 5시 버스를 기다림..이 지난주까지 버전이고
오늘부터는 4시에 미술학원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학원 선생님이 벨을 눌러주시면
동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오는 버전. :)

여튼, 그래서 5시에 오면 놀이터에서 6시 30분까지 놀거나
아예 블럭아이(레고 등 블럭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곳. 우리 동네는 20시간에 7만원)에 가서
6시 40분까지 놀다가 내가 데리러 간다.

집에 와서 7시 30분쯤 저녁을 먹고 9시 정도까지 놀다가 잠듬.
가끔 책을 읽어줄 때도 있으나 대체로는 동생과 놈.

뭐, 대충 이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우리 놀이터계 아줌마들을 제외한, 동네 아줌마들에게 "극성엄마"로 찍히게(?)된 계기는..

지난 주의 일이다.
2시 30분에 정규반 끝내고 3시-4시 미술학원에 갔다가 5시에 온 동휘를 픽업하여
잠시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 지 친구들이 없으니까(남자애들) 블럭아이를 가겠다는거라.
놀이터계 아줌마 중 하나가 "동휘 미술학원은 갔다왔나?"하는데 주변 다른 한 아줌마 왈,
"6살인데 벌써 미술학원 보냅니꺼?"
"네"
그 때 동휘, "엄마, 나 블럭아이갈래"
그랬더니 주변 또 다른 한 아줌마 왈,
"블럭아이도 보냅니꺼?"
그래서 내친 김에 내가 웃으며 그랬다.
"뿐만 아니라 학습지도 하나 해요"

아이 데리고 블럭아이 가는데 뒤에서 두런두런
"극성도 저런 극성이 없다" "6세 아이한테 너무하는거 아이가"
내 사정을 아는 놀이터계 아줌마들 신난다고 웃고.. ㅋㅋ

뭐, 이렇게 나는 귀국 후 1년 좀 지나,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극.성.맞.은.사.교.육.몰.입.엄.마.가 되고 말았다.

과외만 안해도 어린이집 정규반만 하고 오면 되는 아이인데..
남이 뭐라고 하는게 슬픈게 아니라
본의아니게 엄마 계획 때문에 벌써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moral for today: 타인을 자기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9. 30. 13:32
요즘 날 너무도 피곤하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날 웃게해주는 존재, 토실이 동우.

한동안 감기 안 걸리고 잘 지낸다 했더니 명절 연휴에 양가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지
덜컥 코감기에 걸려 누런콧물 작렬.
일찍 병원에 가서 누런콧물은 잡았으나(반투명 끈적한 흰콧물로 변함)
기침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늘 아침엔 설사를 4번 연거푸.. ㅠㅠ

그렇게 아픈데 약도 안 먹겠다고 GR 발광(미안. 달리 어찌 표현할 길이 없어)을 해대길래
이성을 잃고 "약 먹기 싫으면 아프질 말던가!"라고 내쏘며 등이랑 다리를 탁탁 때렸다.
- 그 어린것을 어디 때릴 때가 있다고
- 너무 폭력적인 엄마 아닌가요?
- 자긴 손이 맵잖아!!!
- 아픈 아이에게 너무한 거 아냐?
등의 딴지를 걸거면 그냥 조용히 창 닫고 나가주시기 바란다.
내가 지금 마음의 여유가 그닥 있는 편이 아니라 폭발할지도 몰라.

그랬더니 폭포수처럼 쏟아내던 울음을 뚝 그치더니(훌쩍임도 하나도 없이)
나에게 등을 돌린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처음엔 어디 크게 잘못된 줄 알고 너무 놀라서 다가갔는데 앵돌아 앉은 폼이 딱
"나 삐쳤어!!!"

허허..

그 와중에도 그 모습이 넘 귀여워서(이런.. 나 조울증인가?) 사진기를 들이댔더니
사진기 켜는 차락 소리에 흘킷 나를 보다가 이내 애교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그리곤 사진기 들고 한참을 놀.. 쿨럭(미안, 떤. 네 예쁜 카메라가 동우 손아귀에서 점점.. ㅠㅠ).

설사에 좋은게 BRAT이라고 했는데 그게 뭐의 약자였는지 까먹었다.
Banana, Rice???, Apple sauce???, Toast..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헛갈리긴 하는데 어짜피 지금 줄 수 있는건 쌀죽(rice)과 식빵(toast).
좀 전에 쌀죽을 좀 줬는데도 또 설사를 하고 잠들었다.
내용물을 보니 아침에 먹는 우유와 키위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쩝.

여튼, 아파서 잘 먹지도 않고 신경질도 많아진 우리 토실이.
얼른 평소의 만만디 녀석으로 돌아와주길 바란다.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9. 4. 18:33
우리집에서 반나절 놀고(먹고?) 오기 만만한 곳은 경주와 청도다.

처음엔 부산 아쿠아리움, 대전 오월드.. 계획이 거창했으나
막판의 귀차니즘과 쩐, 그리고 일기예보(또 태풍이 온다는) 때문에
다 포기하고 청도로 밥 먹으러 갔다.

산길 굽이굽이 드라이브 코스로 참 좋았.....으나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눈.

왓쏘에버,
식당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뒤쪽에 할머니들이 야채들 늘어놓고 파시는거라.
그런데 우리 애들을 두고 하신 말씀(계속 두런두런.. ㅋㅋ).

A 할머니: 앗, 애들이 똑같이 생겼다!
B 할머니: 쌍둥이가?
C 할머니: 아이다, 연년생이다.
D 할머니: 연년생? 아이다, 연년생.
C 할머니: 연년생치곤 차이가 좀 난다.
A 할머니: 어쨌든 잘 생겼데이~

우리 눈에는 눈이 좀 더 큰 동휘가 더 귀공자처럼 생겼다 했는데
남들 눈에는 거기서 거기. ㅋㅋ

하긴, 우리 세자매 중 둘째가 제일 예쁘다고 근 30년을 믿고 자랐으나
우리 남편 왈, "셋 다 똑같아"


나란히 DVD 시청 중 @ 집, 경북 경산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9. 2. 00:02
만 5세이자 한국 나이로 6세인 우리 장남.
요즘 부쩍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장남: 엄마, 나는 수현이랑 결혼하고 싶어.
나: 우리 동휘가 수현이를 좋아하는구나!
장남: 어! 수현이 너무 좋아.
나: 수현이도 동휘 좋아해?
장남: 어. 수현이도 내가 좋대.
나: 그래. 결혼은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거야.

장남: 엄마, 나는 결혼해도 엄마랑 살꺼야.
나: 음.. 그런데 수현이는 안 좋아할껄?
장남: 왜?
나: 너는 수현이랑 결혼했다고 수현이 엄마랑 살자고 하면 좋겠어?
장남: 싫어! 나는 엄마랑 살꺼야.
나: 그러니까 수현이랑 너랑은.. 음.. 엄마 옆집에 살면 어떨까?
(뭐, 며느리 입장에선 이것도 싫을 수 있겠으나.. 심플하게 살자~)
장남: 옆집? 그래!
.
.
.
장남: 그런데 엄마, 옆집은 언제 비어?

너 정말 결혼하고 싶구나! -_-


몇일 후...
장남: 엄마, 수현이가 나랑 결혼 안 한대.
나: 왜?
장남: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이랑 안 놀아서 수현이도 내가 남자라서 놀 수가 없대.
나: 사이좋게 지내야지 왜들 그럴까?
장남: 나는 안 그래.
나: 그럼그럼.
장남: 엄마, 그럼 나 민재랑 결혼할까?
나: 왜?
장남: 나도 민재를 좋아하고 민재도 내가 좋대.

어허.. 민재엄마 알면 기절할텐데.. ㅋㅋ (민재, 그 집에서 아주 귀한 장손임)


오늘.
장남: 엄마, 나는 엄마랑 결혼할래.
나: 엄마는 너랑 결혼할 수 없어. 이미 아빠랑 결혼했잖아.
장남: 그래도 나랑 결혼하면 안돼?
나: 안돼. 결혼은 한 번만 하는거야.
장남: 그런데 지민이는 또 결혼했잖아. 태영이도 또 결혼했잖아.
(요즘 장남과 함께 드라마 "황금물고기"를 시청하며 저녁식사하고 있음)

그래서 "황금물고기"는 아이와 함께 보지 않기로 했다. -_-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8. 31. 05:09
장남이 18개월이었던 무렵,
우리는 "notorious snow"로 유명한,
겨울이 1년의 반은 되는,
눈 많이 오고 추운 버펄로(NY)에 살고 있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내 18개월 아기는 "눈와"라고 중얼거렸다.

차남이 18개월인 지금,
우리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분지"라는
대구 인근 경산에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그래도 경산은 대구만큼 안 덥다"라는데..).

8월 말인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더위와 높은 습도에 시달리는
내 18개월 아기는 "더워"라며 에어컨을 가리킨다.


큰애를 거의 몰입해서 키우다시피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
그래서 옛 사진을 들춰보다보니 조금, 아주 초큼~ 시원해진 느낌
(배경이 주로 눈 아니면 겨울풍경).

--
동휘 어린이집 2학기.
여전히 아침마다 "오늘은 좀 쉬면 안될까?"라고 영감처럼 말한다.
신나서 뛰어나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네.
어떤 애들은 집에 오면 심심하다고 오히려 종일반을 좋아한다는데
우리 애는 정규반만 하고 집에 오면 안되냐고 성화.
막상 집에 와봐야 엄마의 신경질이나 무심(엄마는 수업 중) 뿐인데
왜 그리 집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울러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엄마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은데 그렇게 못해주는 미안함도 있고.
한편으로는 요녀석이 엄마의 약점을 파고드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튼, 복잡한 마음.

반면, 만만디인 동우.
애교 작렬에 떼도 많이 늘고 자기 의견도 너무나 뚜렷하다.
형아와는 달리 높은 곳에도 곧잘 올라가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신이나서 변기 속도 만지고(우욱)..
큰애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잘 만지지 않았기 때문에
집이 더 너저분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는 둘째. 덕분에 예전에 비해 한결 깔끔해진 나.

단어 나열도 곧잘 한다.
엄마 (엄마, 아빠 모두 지칭)
형아


카(Car), 빠빵
더워
아이씨(--;;;;;;;)
뽀(뽀로로)
코코(코코몽)
토(토마스)
빠(파워레인저)
--무슨, 애 하루종일 TV만 보여주는 줄 알겠다. --;;;;;
허그(hug)
치즈(cheese)


이게 뭐야? 뭐야?
그리고 그 외에 온갖 외계어들..
특히 형아가 그 누군가와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으면
지도 질세라 훨씬 더 큰소리로 엄청 떠들어댄다. ㅋㅋ

둘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이 형제가 맞다는게 실감난다.
예쁠 때는 물론 잘 때와(ㅋㅋ) 둘이 사이좋게, 내지는 시끄럽게 놀 때.
하나 키울 때보단 둘이 몇 배는 힘들지만
그래도 둘도 괜찮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스물스물 난다.
이제 육체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는 지나는 모냥.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10. 8. 20. 15:33
남편은 91학번, 나는 93학번.
우리는 식성도 성격도 다르고 선호하는 영화나 드라마 장르도 살짝 다르지만
좋아하는 노래는 아주 비슷하다.
아마도 평범한 90년대 초반 학번이라면 좋아할만한 노래들.

그래서 노래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기분이 좋다.

동휘 어릴 때 미국에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동생들이 어릴 때 미국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구하고 접하기 쉽다는 이유로 영어권 동요를 많이 틀어주고 같이 많이 듣고 불렀다.
심지어 나는 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외우는 수고까지 해야했다
(토마스와 친구들 주제가의 경우, 영어로 다 외워 같이 불러줬더니만 귀국하는 바람에
한국어 버전으로 다시 외웠다. -_-).

귀국해서 동휘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니 동요를 많이 배워온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름 어릴 때 합창단에도 있었던터라(물론 교내. 더 큰 기대는 하지 말라)
꽤나 많은 동요를 알고 있었다(지금은 많이 까먹었다만).

하루는 동휘가 혼잣말 비슷하게 "도도도대문으여러라"하고 있길래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남남남대문을 열어라"하고 불러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엄마,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아?" (귀여운것)

이 외에도 제목은 모르겠지만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로 시작되는 노래,
"어어얼음과자 맛이 있다고.."로 시작되는 노래 등등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분이 좋다.

그러던 어느날, 동휘가 이런 노래를 부르더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대학 들어가 거의 처음 내지는 두 번째로 배운 노래이자
노래패 공연할 때마다 꼭 끼워 불렀던 노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물론 중간에 가사들이 참 많이 유화되어 낯간지럽기까지 했다만
그런 노래까지 알고 있는 내 아이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등등.

공감대란 참 소중하고 재밌고 중요한 것이다.


p.s. 혹 옛날 버전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만 아시는 분들,
컬투가 부른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감상해보시라.


p.s.s. 원 버전, 내 기억으론 91년도에 중앙대 학생들이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저작권 등 문제는 없는거겠지?
Posted by bib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