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브로2009. 8. 31. 11:11
동휘, 어린이집 2일 째 가는 날.

아침부터 부산했다.
밥 해 먹이고 약 먹이고(기침이 3주째.. ㅠㅠ 어제 밤에는 너무 심했다. 아침이 되니 멀쩡)
옷 입혀 가방 들려 출근하는(!) 애 아빠 편에 넘기며 뽀뽀해주고 현관문까지만 나가 바이바이했다.
동우가 잠들어버려서 자는 애 데리고 나가기가 뭐해 애 아빠가 데려다 준 것.

그리고.. 밥 먹고 설겆이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인터넷질(오늘 수업준비 등)을 하는데
마음이 휑한거라.
너무 집이 조용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애 버스 태웠다며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애가 바짝 얼었어"라고 해서 눈물이 날 것처럼 슬펐다.

가뜩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동휘,
만 49개월을 엄마랑 꼭 붙어서 지냈던 동휘(물론 성경학교 4일동안 오전에 떨어지긴 했어도)인데
내 욕심에 종일반을 보낸 건 아닌가
바쁘고 동생이 자도 내가 버스 태워 보내야 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휑하고 우울하고 슬프고.. 그랬다.

물론 집에 데리고 있으면 또 정신없이 싸워대고 소리질렀겠지.
참.. 이렇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사치도 잠시..
동우가 깼다.
얼른 이유식 먹이고 젖 먹이고 놀아줘야지.

후다닥~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9. 3. 31. 11:02


한 때는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100%라고 할 순 없었지만 거의 다 알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둘째 임신과 동시에 찾아온 극심한 우울함과 무기력함 때문에 잠시(?) 녀석을 놓고 있었고,
둘째 출산하고 조리하고 조금 정신을 차려 녀석을 보니 어느덧 녀석은 훌쩍 커 있었다.

지난 해 말부터 노래노래를 부르던 Monsters vs. Aliens를 개봉하자마자(3/27/09) 아빠와 다녀온 녀석은
하루종일 나만 모르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닥터 커카로취, 인섹터사우러스, 밥.. 그나마 몇 일 들으니까 알아들은 말이지만 그들이 뭔지 알게 뭐람?
흑.. 이 소외감.

급기야 오늘 낮에, 동우 젖먹이다 잠들어 깨보니 녀석이 흥분해서 방에 들어와서는 맥도널드에 가자고 졸랐다.
작년 여름까지나 갔을까, 그 이후엔 가지 않았던 곳인데(예전 살던 동네엔 실내 놀이터가 거기 있어서 자주 갔었다)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생각 끝에 스치는건.. 드림웍스에서 나온 영화라 혹 캐릭터 장난감을 주나였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애 아빠가 피곤하다고 컴퓨터에 영화 웹사이트를 열어주고 잠든 사이,
녀석이 클릭클릭 들어가 맥도널드에서 해피밀을 사면 영화 캐릭터 장난감을 나눠준다는 광고를 본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맥도널드에 갔다.


밥(왼쪽 퍼런애)과 닥터 커카로취(오른쪽)
두 개를 얻기 위해 동휘아빠도 해피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주말에 날씨 좋다고 갔으나 추웠던, Niawanda Park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녀석

이제 더 이상,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많이 놓치고 있고, 그래서 서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겠지..
만 네 살도 안된 아기도 자기만의 세상을 갖는데,
녀석이 사춘기 되고, 대학 가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늙어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우리 사이는 멀어지겠지?

짠하다.

그래도 3년 반의 차이를 두고, 또 당분간 나를 자신의 온 세상으로 받아들일 녀석이 있으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녀석에게서 뜨문뜨문 보이는, 감출 수 없는 유필순 여사의 향기(ㅋㅋ).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8. 11. 16. 12:54


동휘아빠는 동휘가 천재인 줄 알지만, 그건 초보 부모들의 착각이고
(나는 초보 아닌가? ㅋㅋ),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언어능력과 장소 지각능력이 좀 뛰어난 것 같다.

"엄마, 미안하지만 디에고 다 보고 밥 먹을 수 있어?"
디비디 보고 있는 녀석에게 밥 차려놨다가 밥 먹으라니까 한 대답이다.
이게 몇 형식의 문장이냐?

여튼.. 단어만 나열하다가 간단한 문장을 만들다가 이제는 제법 긴 문장도 만드는 것이 신통방통하다.

거기다 이곳 원어민들도 인정한 "집에만 있으면서 발음도 좋고, 말도 잘 한다"는 동휘.
사실 이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에미는 심히 찔린다.
오죽 디비디를 틀어대면 저럴까 싶어서. -_-
요즘 부쩍 영어가 많이 늘은 반면, 한국어는 이상한 톤으로, 이상한 발음으로 말한다.
저러다 학교라도 다니면 정말 우스꽝스럽게 말할 것 같아 우려가 되긴 하는데,
한국 들어가게 되면 별 고민 안해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귀.찮.다.. 미안).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하면 의례 r과 l, f와 p 발음에 긴장한다.
하지만 의외로(?) 잘 안되는 발음이 있으니 그건 w 발음.

일전에 The Wiggles 컨서트 티켓을 구매하러 Tops에 갔는데
남편이 아무리 "The Wiggles concert ticket"을 외쳐도 전혀 못 알아듣던 캐셔가
동휘가 방방 뛰며 "The Wiggles!" 했더니 "Ah, The Wiggles!"하며 바로 알아들었다. @.@

거기다.. 어떤 단어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여튼 w로 시작하는 단어를 가지고
 (Woody라 하자) 동휘와 아빠의 대화.
동휘: Woody, daddy.
아빠: 우디?
동휘: Woody!
아빠: 우디???
동휘: (무척 엄격해진 표정) WOODY!
아빠: 음.. 우뒤?
동휘: 아빠! 아빠는 영어하지 마!
그 날 동휘아빠의 상심은 무척 컸다.
하지만, 자기야.. 자기는 한국말을 잘하잖아.

요즘 Dora와 Diego에 푹 빠져있는 임동휘 선수, 에스빠뇰 실력 급 향상 중.
혼자서 설정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고 있던 동휘, 갑자기
"momi, ayudame!"
처음엔 내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허나, 정확했다. "아쥬다메!!"
뜻도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단계. 그래서 할 줄 아는 말은 hola, ayudame, vamonos, abre가 되겠다.
좀 더 잘하면 할아버지와 이모와 에스빠뇰로 대화한 번 해보라고 시켜봐야겠다. ㅋㅋ
(10초 안에 끊겠군!)

교육학 전공자들이 달려들어 만들었다는 Dora와 Diego 덕에 단어도 많이 알게 됐다.
돋보기나 망원경 같은 단어는 꽤나 어려운 단어 같은데, 무엇보다 나는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사실 나도 가끔 까먹거든~) 정확히 알고 있다. 참 무서운 스펀지다.

위치파악도 기가 막히게 한다.

Main St.을 지날 때면 "현정이모네 가는거야?"
E. Robinson을 지날 때면 "여기 도위 병원이잖아"
Sweet Home Rd.를 지날 때면 "아빠 학교 가는거야?"
뭐.. 기타 등등이다.

거기다 "red light stop! green light go!"를 책에서 본 후,
운전하는데 뒤에서 어찌나 시끄럽게 해대는지..
특히 빨간불인데 차 안 오는 거 확인하고 우회전 할라치면
"엄마, red light stop인데 왜 가!!!"
난리가 난다. -_-
세상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거든!!!

덕분에 온갖 참견을 다 해야해서 예전처럼 차 탄다고 바로 잠들지 않는다.
가끔은 오히려 더 또랑또랑해져서 놀라게 된다. ㅋㅋ

거기다가.. 뭐든 퀴즈 형식으로 놀려고 한다.
"엄마, 펭귄은 어딨지?"
"(포도 짚으며) 이게 바나나야?" "아냐!"
"(딸기 짚으며) 이제 바나나야?" "아냐!"
"(바나나 짚으며) 이게 바나나야?" "맞았어!" "You got it!"
너무너무 즐거워하는 놀이다.

요즘은 설정놀이도 너무 좋아한다.
덕분에 온갖 인형들이 다 끌려나와 동휘 놀이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현실과 놀이를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내가 Woody를 들고 있고, 동휘가 Buzz를 들고 있었는데 Buzz가 Woody를 때리길래
"친구 때리는 아이랑은 안 놀거야!"라고 했더니
울먹울먹하며 "엄마, 도위랑 놀아!!"라고 했다. -_-
나는 이 설정놀이가 싫다. 재미가 없다.
반면 동휘아빠는 꽤 긴 시간 놀아준다.
너무 신기해서 동휘아빠에게 "재밌어?'라고 물어봤더니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병원에 와 있는 기분이야" ㅋㅋ

토마스와 친구들도 쫙 꺼내놓고 혼자서 목소리 변조해가며 중얼중얼 놀고,
트랙도 아빠가 기껏 다 맞춰놨더니 다 뭉개서 자기가 다시 바닥에 쫙 깔며 논다.

숫자는 드디어 1~11까지 셀 수 있게 됐다 (돌 무렵에 1~10까지 셌는데 엄마의 방치가 이런 결과를.. ㅋㅋ).
거기다 수의 개념은 3까지도 알게 된 듯 하다.
동휘가 너무 사랑하는 사과나 배를 깎아서 먹으라고 줬다가 3개쯤 남았을 때
"엄마 하나 먹어도 돼?"
"응"
"엄마가 하나 먹으면 동휘는 몇 개 남지?"
(손가락을 펼쳤다 접었다 해가며) "쓰리.. 원, 투.. 투!"
특히 잘 펴지지도 않는 손가락을 접었다 펴는 거, 넘 귀엽다. ^^

디비디도 좋아하지만 책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엄마는 밤에 자기 전에 한 권만 꼴랑 읽어주고 ("자기 전에는 책 한 권만 읽는거얏!")..
오늘은 책 한권 읽고 자라고 불 껐는데 중얼중얼하더라.
"도위는 책 읽고 싶은데 깜깜해서 못 읽고.. 엄마는 도위 책 안 읽어주고.. 블라블라"
미안.. -_-

자기가 잘못해서 혼나면 엉엉 울다가 울음을 그친 후 내게 꼭 매달려 이렇게 말한다.
"엄마, 도위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잘못했어"
"엄마, 도위 사랑해줘. 뽀뽀해줘"
아.. ㅠㅠ

일전에 Pottery Barn Kids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커스튬 입은 걸로 봐서는 할로윈 데이. ㅋㅋ).
이거이 세일해서 19.99불이었는데 1에서 10까지 숫자로 칸을 채우는거다.
이걸 가지고 한참을 놀았는데, 내가 넘 좋았던 건.. 머리굳은 나처럼 한 줄만을 10으로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가로, 세로를 함께 생각하며 10을 맞추려고 했다는거다. ^^ (아쉽게도 순간포착엔 실패)
너무 재밌게 잘 놀길래 큰 맘 먹고 "이거 사줄까?"했더니 "엄마, 도위는 Woderpets 살꼬야" -_-
뭐, 싫다는데~
허나 숫자 좋아하는 애룡이네 윤서가 생각났다.
나무재질이 아니라 종이 재질만 됐어도 어케 사서 보냈겠다만, 이거 사서 보내다간 배보다 배꼽이 클 것 같아 포기.
아니지.. 윤서에게는 너무 쉬울지도 몰라..

왓쏘에버, 동휘와 나와 동휘아빠는 대략 이렇게 살고 있다.

한참 "뱃속 베이비"는 싫다고 하더니, 덩달아 주위의 아가들을 죄다 본체 만체 하더니
요즘 다시 "엄마, 뱃속 베이비는 예뻐"라고 말해주기 시작했다.
거기다 베이비시터 해 주는 집 막내가 나를 타려고 하면(-_-)
"우리 엄마한테 그러지 말어!!"에 이어 "엄마 뱃속에 베이비 있단 말야!"라고까지 해줘서 넘 고마웠다.

Posted by bibidi
삶의무게2008. 10. 26. 14:37

김치를 담근 지 꽤 됐다.
거기다 매번 담그지도 않았다.
어쩌다 용기백배해 김치를 담그면 남편이 "세정아, 그냥 사먹으면 안될까?"라고 맥빠지는 소리를 해서,
거기다 내가 먹어봐도 정말 한숨만 나오는 맛일 때가 많아서 다 포기하고 사먹곤 했다.
그런데 작은 병이 10불 썸띵(2주 정도 먹는 듯), 큰 병이 18불 썸띵(3~4주 먹는 듯)하는데 그게 감당이 안돼서
정말 큰 맘 먹고 고춧가루까지 사서(우리 집에 있는 고추가루는 5년 된, 남미서 엄마가 가져오신거다.
무지무지 맵다. ㅠㅠ)
담궈봤다.

어릴 때 할머니랑 엄마랑 김장하시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으나,
그런 거에 익숙해지면 집안 일 많이 해야할까봐 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있고,
애초에 관심도 별로 없었어서 당췌 뭘 어찌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반면, 어릴 때부터 집안의 딸 노릇을 해온 남편은 어머님 따라 김장을 곧잘 했어서 나름 기초 지식은 갖추고 있는 편.
이번엔 주먹구구가 아닌, 잘 담그는 사람의 노하우를 뒤적여서 종합판으로 만들어보자 결심하고
잘 가는 사이트에서 먼저, "김치 담그기의 성공비결" 중 가장 중요하다는 배추절이기부터 들어갔다.

배추를 4등분(세로로)한 후 굵은소금:물의 비율을 1:7컵으로 해서 배추 밑둥을 담아놓은 후,
1시간 30분 후에 위치를 바꿔주고, 1시간 간격으로 소금물에 담궈 위치를 바꿔준 후
7시간쯤에 물에 씻어서 하룻밤을 꼬박 물을 빼주면 좋댄다(미씨쿠폰의 ohappyday님께 감사).



여튼, 그렇게 배추를 절여 씻어 물빼기까지 해놓고 (그 때가 밤 11시) 잠들었는데,
자다 생각해보니 김치를 넣을 통도 다 버리거나 남 줘버렸고(옛 아파트에서 이사 나올 때 한국 가는 줄 알았삼. -_-),
김치 속을 만들 큰 대야(?) 같은 것도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헉!!!!!!!!!!
여튼, 의욕만 가득 찬 세정이 되시겠다. ㅠㅠ


뭐, 그래서 밤에 저렇게 물 빼놓고 아침에 일어나
동휘랑 Lowe's에 가서 Kid's Workshop에도 참여하고,
Old Navy에 커스튬 입고 가서 티도 공짜로 하나 받아오고,
Target에 가서 김치 담을 통도 사왔다눈..

012345
동휘 @ Lowe's, Amherst, NY

헥헥..

어제 배추를 절이는 동안 감자를 끓인 물에 찹쌀가루를 넣어서 감자풀을 쒔다.
만들면서도 풀이 넘 질고 양이 적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흑흑..
다 넣고 보니 속이 너무 적었다. 거기다 다 담그고 나서 보니 고추도, 파도 안 넣었다눈.. @.@

왓쏘에버, 그래서 탄생한 세정표 김치. 배추가 완전히 잘 절여진 것이 아니라서 역시나 실패작이다. ㅠㅠ


그 속으로 꼴랑 이 통 가득 찰 정도만 겨우 담았다 (그러니까 약 3포기? ㅠㅠ).


남은 얘들은 어쩔테냐? ㅠㅠ
그래서 급조해 탄생한 것이.. 물김치.



뭐 이랬다는 이야기.

배추 반박스, 그러니까 6~7포기만 담았기 때문에 싱크대에 펼쳐놓고 김치를 담아서 힘들지 않았다.
거기다 바로바로 씻어가며 만드니까 다 끝나고 나도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다음 번에는 기필코! 배추를 잘 절여서 맛난 김치를 만들테닷!

어제는 남은 배춧잎으로 배추된장무침도 해 먹고, 배추전도 해 먹었다.
사진을 찍으려다가 피곤해서 패스.
의외로 무척 맛있었...으나 동휘가 잘 안 먹어서 약간 김빠짐.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8. 9. 9. 10:49
나 어릴 때 어른들께 많이 듣던 이야기다.
너는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뜨겠구나..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지나, 지금 고작 만 3살 된 내 아이에게 내가 하고픈 말이다.
드디어 "왜?"를 배워서 시도때도 없이 쓴다.
급기야 오늘은 낮잠 안 자겠다는 녀석과 실갱이를 하다가 싸우고야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유치하게 엄마한테 말 걸지 말라는 둥, 너랑 말 안한다는 둥..
빙글빙글 웃다가 녀석이 던진 말.

"엄마, 도위한테 왜 구뢔? 자꾸 구러면 도위 화낼거야. 흥!"
"엄마, 어디 아퍼? 아프면 닥털한테 가봐"

뭐 이 외에도 빙글빙글 약올리는 말이 많이 있었다만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
요즘 친구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아이들이 보이면 엄마나 아빠는 완전 저리가라.
더구나 집 창문을 내다보면 바로 놀이터가 보이는지라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에 붙어서

"엄마, 친구네!!"
(친구들 가면) "아.. 친구들, 안되겠네!!" (뭐가??)
(친구들이 쳐다보면) "하이~ @#%@$#^!#$%^@#^$@#$^!!"

난리가 난다.

오늘은 간만에 놀이터에 나갔더니 또래 친구들이 많이 많이 있었다.
너무 좋아하며 방방 뛰어다녔다.
그러다 급기야는 나더러 집에 가서 컵을 가져오란다.
물 마시겠냐니까 신경질을 팍팍 내면서 컵을 가져와야 한댄다.

왜냐고 물으니.. 자기는 여기서 쉬를 하겠단다. -_-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쉬는 하고 싶으니 컵에 쉬를 하겠다는 이야기
(원래 컵이나 물병에 꼬추만 넣고 쉬하는거 넘넘 싫어한다).
허허, 참..
애써 윽박질러 애를 집에 떠밀어넣었더니 (다음은 동휘아빠가 처리)
결국 변기 앞에서 바지에 쉬를 하고 말았다나?

결국 바지 갈아입고 또 나와 놀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잔뜩 보는 앞에서 엄마의 "하나, 둘, 셋" 협박에
"하나"에서 벌써 말을 들어준 녀석에게 감사한다. -_-

--

내가 첫째라 그런지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너무너무 싫었다.
첫째보다 둘째가, 둘째보다 셋째가 너무너무 예쁘다는 말이 정말 싫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둘째를 임신하니 말이다,
까짓 "내리사랑"쯤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
그간 내리 받아온 단독 사랑을 둘째는 받아보기라도 할 것인가?
거기다 동휘 가졌을 때는 거의 매일같이 쓰던 태교일기를 복이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쓰고 있다.
또 거기다 동휘 때는 커피도 딱 한 번밖에 안 마시고, 태아에게 안 좋다는 건 다 마다했는데
복이는 뱃속에 있는지 없는지.. 그나마 요즘 배가 좀 나와서 "아, 내가 임신을 했구나"하고 있다.
태교? 개뿔태교. 하루라도 화를 안 내거나 우울해하지 않으면 그 날은 아주 멋진 날이다
(아직 거의 없는 듯).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8. 8. 24. 09:48

지난 목요일 오후부터 어제 밤까지 이틀 동안 열이 났다.
체온계로 재보니 대략 101.8도까지 (섭씨로 약 38.7도) 올라갔다.
태어나 이렇게까지 체온이 올라간 건 처음이라 바짝 긴장했다.

열이 난 적이 별로 없던터라, 여행갈 때마다 챙겼던 해열제마저 하나도 챙겨오지 않아
(나중에 보니 동휘 옷가방 안에 인펀 타일레놀 하나, 뜯지도 않은 거 들어있더라.
이렇게 정신이 없었다) 마켓에 가서 인펀 타일레놀 하나, 칠드런 모트린 하나,
거기다 해열패치라는 Be Kool까지 사가지고 왔다.

밖에서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온터라 일단 약을 먹이고 물 먹이고 복숭아를 먹이는데
갑자기 애가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와락.. 저녁으로 먹은 것까지 다 토해냈다.
젖 먹을 때 외에 이렇게 토한 적이 없어서 (그나마 젖 먹을 때는 먹은 젖 약간 뱉어내는 정도였는데)
또 겁이 더럭 났다. 약까지 다 토한터라 어쩔 수 없이 Be Kool을 붙여주고 (이것도 안 붙인다고 어찌나
성질내고 울던지, 원.. 마술을 부려야했다) 겨우 재웠다. 온몸이 펄펄 끓었다.
그 와중에도, 토하느라 지도 놀래놓고 손에 묻었다고 어찌나 화를 내던지.. -_-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열이 났다.
밤에 토한터라 묽은 죽을 끓여 먹이고 (다행히 배고프다고) 모트린을 먹였다.
101도가 넘으면 타일레놀보다 모트린이 더 효과적이라고 해서 먹였는데 정말 금방 열이 내렸다
(체온계 겨드랑이에 넣는 것도 너무 싫어해서 재진 않았다만).
하지만 8시간이 지나니까 도루묵. 동휘는 작은 난로같았다. ㅠㅠ
동휘가 젤루 좋아하는 친구 Clifford의 생일잔치가 있는 날이었는데 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날도 하루종일 동휘는 뜨거운 난로였다.
그래도 노래부르고 떠들고, 평소와 다름 없어 병원에 전화할 생각도 안했다.
실지로 소아과 웹사이트를 읽어보니

열은 그저 증상일 뿐이고, 면역 시스템에 도움이 되므로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며, 정상 체온으로 돌리는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내리기 보다는 아이가 덜 불편해할 뿐
이라고 써 있더군. 더구나 열이 105도 이상 되거나,
102도 이상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열과 함께 소변 이상이나 목이 아프면 진료시간에 전화하라고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저 가운데 하나라도 속해있지 않으면 전화해봐야 해열제 먹이고 옷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목욕이나 시키고 지켜보라는 뜻이겠지. -_-

그렇게 난로같던 동휘는 어제 밤을 고비로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
(사실 잘 모르겠다. 체온계 꽂는걸 너무너무 싫어해서. 하지만 더 이상 난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마며, 턱 아래며, 겨드랑이며.. 여기저기 만져보니 더 이상 열이 없길래
나도 모르게 "아이구, 기특한것!!"이라고 말하며 아이를 와락 안아줬다.

그렇게 열이 난 원인은 모르겠지만, 동휘의 열은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건강하게 잘 자라렴, 사랑하는 아가.
Posted by bibidi
생각거리2008. 7. 27. 13:33

요즘 동휘한테 화도 많이 내고, 혼도 많이 내고, 소리도 많이 지른다.

내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애한테 버럭하고 나면
나에게 다가와 꼬옥 안기며 "엄마, 도위가 미안해"라던가
"엄마, 사랑해줘"한다 (아빠가 화내면 "아빠, 도위한테 소리지르지마!"하고 반항한다. ㅋㅋ).
가끔은 그래도 화를 못 풀고 애를 냉정하게 내친다.

물론, 동휘도 -뭐, 이 시기의 아이들 특징이자 정상적인 발달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너무나 괴롭힌다. 안된다고 하면 계속 징징거리며 해달라고 조르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처음엔 달래다가 나중엔 화가 뻗쳐 결국 완력-소리지르기, 맴매 운운하기 등-으로 제압한다),
하지 말라는 일은 씨익 웃어가며 계속 하고, 반대로만 해대고 (예를 들어 밖에 나가자고 하면
자기는 집에 있겠다고 하고, 밖에서 집으로 가려고 하면 자기는 집에 안 간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그런데 어딘가에 그런 글이 써 있는 걸 봤다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찔끔).

아이가 당신보다 덩치가 커도, 당신보다 힘이 세도
지금처럼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심지어 때릴 수 있겠습니까?
혹시 아이가 당신보다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일방적인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어제, 오늘은 맘을 가다듬고, 가능하면 좋은 소리로, 가능하면 화 안 내고,
언성 높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보이면 칭찬해가며, 달래봤다.

결과는, 소리지르고 화내 완력으로 애를 잡는 것보다, 칭찬해가며 달래가며 애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 서로 감정도 안 상하고, 큰소리도 안나고. 화가 불쑥 치밀어 오를 때마다 정말,
혹시 내가 애를 얕보고 애한테 화풀이하는걸까봐 마음을 다스렸다.

엄마가 눈 맞춰주고 칭찬만 해줘도 헤헤거리며 혼자 밥도 떠먹고 혼자 놀기도 잘 노는데
왜 그리 애를 잡고 혼내고 했을까.. 어제 내가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여하튼, 요즘 동휘에게 미안한 게 참 많다.
언젠가 화를 많이 낸 날, 잠자는 동휘를 보며 "동휘야, 엄마가 오늘 화 많이 내서 미안해" 했더니
애가 눈을 반짝 뜨고선 씨익 웃으며 "엄마, 괜찮아" 한마디 던지고 다시 잠들어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혹자는 부모 자격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까지 말하던데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일도 오늘처럼, 화내지 않고, 소리지르지 않고, 찬찬히.. 찬찬히..
동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Posted by bibidi
문화생활2008. 7. 3. 09:55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 중에 유독,
쓰레기더미로 뒤덮여있고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아주 암울하고 깜깜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가 많다.

이는 어쩌면 그만큼 지금 그대로 가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겠지만
굳이 돈 내고 "재미"를 사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피하고 싶은게 사실이다.

처음 WALL E를 보겠다 생각한 건,
귀여운 로봇과 디즈니-픽사라는 브랜드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디즈니-픽사 영화를
동휘는 다 좋아하지 않았던가!!


(위의 그림파일은 imdb에서 퍼왔다)

글쎄.. 보고난 소감은 "지루함"과 "식상함", "우울함"이었다.
지금까지 유쾌한 디즈니-픽사만 봐서 그런지,
아니면 영화 시작 전에 무려 30분이 넘게 온갖 프리뷰를 봐서였는지
특히 처음 30분은 정말 지루했다.

이 영화는 사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랜다.
벌써 나는 "사랑"에 심드렁한 사람이 된걸까?

디즈니-픽사가 만든거라 동휘를 생각해서 가 본 영화였지만
35개월짜리 꼬마가 보기엔 무리였다.
그래도 자리 떠나지 않고, 집에 가고 싶냐니까 싫다면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떄까지 자리에 앉아있었던 동휘와,
Wall E가 잠시 정신을 잃을 때 슬프다며 흐느껴 운 동휘와
본 영화라는데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

아, 요즘 나, 매사에 너무 까칠해.. -_-

왓쏘에버,
동휘가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은 이제 2주밖에 안 남았다.
야, 넘 일찍부터 제 값 다 받는 거 아냐?!! --+++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8. 6. 23. 13:36

비록 미국에서 낳아 만 3세가 다 되도록 미국에서 키웠지만
부모는 토종 한국인에 데이케어나 유치원도 안 다닌 동휘가
요즘 한국어 발음이 영 이상하다.
한마디로 "재슈없는" 발음.

된 발음을 잘 못한다.
예를 들어, "엄마, 똥 마려워"를 "엄마, 마려워", "뽀뽀해줘"를 "포포해줘"라는 식으로. ㅠㅠ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아빠의 영어 발음은 잡아준다.
책 읽어준다고 집어 든 책이 하필이면 글밥이 아주 많은 (그러나 동휘가 좋아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책.
어찌어찌 읽다가 "docks"를 "독스" (지금 생각하면 왜 한국서 영어 가르쳐줄 때 "O"는 "오" 발음이
난다고 가르쳤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어" 발음에 가깝잖은가, 왜)라 읽으니 옆에서 묵묵히 자기 일하며
(주로 놀기) 듣고 있던 동휘가 뜬금없이 "덕ㅅ"라고 말했다. @.@
아니, 그럼 얘는 이 책이 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거야????

--

요즘 내가 이래저래 신경이 날카로워서인지 신경질을 더 잘 내는데
덕분에 제일 오랜 시간 내 옆에 붙어있는 동휘가 그걸 고스란히 다 받아낸다
(미안, 동휘).

오늘도 밤 10시에 (그 때까지 안 자고!!) 밥 더 먹겠다고 해서
(그것도 8시에 밥 한 그릇 다 먹었다. 그리고 내가 분명히 물었다.
"밥 더 먹을래?" 그랬더니 "밥 다 먹었어"라고 말했다!! 분명히!!)
완전 신경질 확확 부리며 (나 일해야 하는데!!) 밥을 퍼다가
"너 이거 다 못 먹으면 맴매할꺼야!!"
그랬더니 "엄마, 도위 맴매 안 해!"
-_- (맴매의 주체는 엄마거든!!)
"이거 다 먹어야 해!" "네가 다 먹어!" 등등 온갖 신경질을 다 부렸다.
거기다 대고 임동휘씨는 "엄마, 아직 트거워(뜨거워)"하며 여유를 부리며 놀고 있더군!
그러더니 밥이 좀 식으니까 한 입 넣어 우물거리며 "엄마, 맛있어" (좋댄다~)

그리곤 홀로 꾸역꾸역 먹으며 그러는거다.
"엄마, 도위한테 그러지마"
"엄마, 도위 맴매하지 마"
"엄마, 도위한테 그러면 안돼"
-_-
"동휘야 말로 엄마한테 그러지 마!"
결국 중재자 동휘아빠가 나서서 동휘 밥을 먹여주는데 반찬 다 떨어졌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그 밥을 다 먹을 뻔 했다.
그리고도 수박을 또 먹었다.
배가 똥그랗게 잔뜩 나와서 몸놀림이 둔해질 때까지 꾸역꾸역. @.@
(하긴, 안 먹는다고 걱정하던 때에 비하면 차라리 다행인 거 아닌가?)

10시 30분쯤 쉬를 한다고 해서 변기에 앉히면서 생각하니
내가 너무 옹졸하게 군 것 같더란 말이지.
그래서 "동휘야,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했더니 나를 꼬옥 안아주더라. ㅠㅠ
누가 엄마고 누가 애냐? (반성)

--

반면 자기가 잘못해서 엄마가 화낼 때는 그런다.
"엄마, 미안해. 도위가 잘못했어"
이 말이 얼마나 웃긴지 화내고 있질 못하겠다.
특히, 동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그게 그리 큰 잘못이 아니라 생각할 때 더욱.

--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동휘는 그야말로 friendly boy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도 잘 걸고 인사도 잘 하고 가끔 퍼포먼스도 보여준다(--;;).
그럼 사람들이 몇 살이냐고 묻는데,
"두 살이야"라고 하면 "그래?! 넘 귀엽구나"라고 하는 반면
"세 살 다 됐어"라고 하면 "뭐?!! 얘가 거의 세살짜리라고?!!!!"하며 놀랜다. 흑흑..


다음 달이면 세 살이 되는 동휘.
벌써 자기 케잌도 다 정해놓은 동휘.
요즘 부쩍 밥 잘 먹는 동휘.

무럭무럭 자라라, 아가.

Posted by bibidi
동동브로2008. 6. 12. 12:41
원래대로라면 다음 달에 가야하는 첵업인데 좀 땡겨서 다녀왔다.
주사를 맞는 것도 없으니까 보험사에서만 오케하면 괜찮다고 해서
보험사에 물어봤더니 우리가 갖고 있는 보험은 정기첵업 기한을 따로 둔 게 없어서
한 달 정도 차이 나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구나.

사실 7월까지는 어찌됐든 미국에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직장 잡아서 더 있었음 좋겠구나)
6월 25일로 만료되는 지금 보험을 현재 내는 보험료의 5배를 내고서라도 연장할 예정인데
연장은 좋으나 문제는 지금의 Empire이 COBRA로 바뀐다는데 있지.
보험사 바뀌어 보험증서가 바뀌면 병원 갈 때마다 서류작성을 다시 다 해야한다.
이게 참 버겁고 귀찮은 작업인데다가 보험사들은 꼭 처음 이용하면 커버가 안된다는 둥
뻘소리를 해대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라 이왕이면 6월 25일 이전에 모든 걸 해결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치과 첵업을 왜 이번에 갔겠어?! 호호. 내친김에 안과 첵업도 갈까 했는데 알파벳, 숫자를 다 몰라서 패스).

여튼..
매번 소아과에 갈 때마다 병원이 떠나가라 울어제끼던 녀석이었는데
이제 좀 컸다고 어찌나 의젓하던지.. 혼자 본 거이 아깝다.

간호사가 들어와 먼저 이것저것 묻는다.
걱정되는 부분, 염려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묻고,
우유는 잘 먹냐, 우유를 안 먹는다니까 그럼 철분보충은 어떻게 하냐며
브로컬리나 콩, 요거트, 두부, 치즈, 시금치, 시리얼 같은 거 먹냐고 묻더구나.
그리고 야채나 고기는 얼만큼 주는지도 꼼꼼히 묻고 (찔렸다),
밤에 잘 자는지, 밤새 쭉 자는지,
뛰고 점프하고 올라갈 수 있는지, 자전거 패달을 밟을 수 있는지 묻고,
세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 수 있는지도 물었다.

그리고선 이 어린 것의 혈압을 다 재더구나. @.@
다행히 평소에 엄마랑 병원놀이를 많이 하고 놀아서 별 거부감이 없더군.
오히려 신나하는 분위기.
신발만 벗고 나가 (예전엔 기저귀만 빼고 홀라당 벗기라더니) 키와 몸무게를 쟀다.
키는 35인치 (89cm). 몸무게 29' 12'' (13.5kg).
방금 삐뽀삐뽀 119 소아과 책 부록에 달린 성장곡선에서 보니까
키 5%, 몸무게 15%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뭘 잘 크고 있다고 의사나 간호사나 호들갑을.. -_-

다시 진찰실에 들어오니 앞은 막히고 뒤는 터진 가운을 주며 속옷만 빼고 옷 다 벗기고 이걸 입히랜다.
눈물이 핑 돌았다 (주책). 아, 이제 정말 동휘는 BIG BOY구나 싶어서.

여튼 그러고 있으니 의사쌤이 들어오셨다.

가끔 밤에 무릎이 아프다고 운다고 했더니 낮에 절룩거리냔다.
낮에는 멀쩡하다니까 성장통일 수가 있고 요맘 때 애들한테 흔히 나타난댄다.
무릎을 관찰하시더니 아주 좋다고 하셨다.
혹시 자기 싫어서 아프다고 우는 건 아니냐고 했더니
껄껄 웃으시며 "That's possible"이라고 하더구나.
애들이 그런 트릭은 기가막히게 빨리 배운다시면서. -_-

그 외에도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며 의젓하니 "good boy"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청진기를 가져다 대니 또 가만히 잘 있고, 입 벌려 안 들여다볼 때도 잘 있고,
심지어 귀 검사를 할 때도 잘 참았다.
"You are a good boy"라고 하니까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주로 어떤 언어를 쓰냐시길래 한국어 쓴다고 했는데
쌤이 물어보는거에 다 대답하고 자기가 말도 하고.. "얘 영어 알아듣는데 문제가 없구나!"라는 탄성까지..
(원래 미국인들은 오버가 심하다)

예방접종도 없이 그렇게 약 10분에 걸쳐 정기검진을 끝냈다.
요맘 때 애들은 안전사고에 특히 유의를 해야한다는 (여기저기 막 올라다니니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단다)
주의사항과 잘 크고 있으며 건강하다는 말씀을 몇 번이고 하셨다.
다음 예방접종은 유치원 가기 전, 그러니까 만 5세 첵업 때나 할 거라고 하셨다.

이 선생님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사진이라도 한 방 남겼어야 했는데
아침에 급히 나간다고 카메라도 못 챙기고 나가서 그게 참 아쉬웠다.

여튼, 동휘는 잘 크고 있다.
Posted by bibidi